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을 4일 오전 11시에 선고하겠다고 발표한 1일 헌재재판관들은 평의를 속개해 사실상 탄핵소추 인용·기각·각하에 대해 대략적인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선고 기일을 공지하기 위해서는 재판관들 사이에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 최종적인 의견 취합이 마무리돼야 하는 것이 선제 조건인데, 이날 공고 직전에 개최한 평의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인용 및 파면 여부에 대한 평결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선고 당일까지 재판관들은 각자가 낸 의견에 대한 법리를 정리하고 결정문에 들어갈 문구를 다듬을 것으로 보이다.

다만 선고 당일 최종 평결 회의를 열어 의견을 확인하는 절차가 남았지만, 의견이 변경될 확률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마냥 미뤄오던 헌재가 예상을 깨고 4일 선고를 깜짝 공지한 것과 관련해 헌재 주변에서는 정치권에 널리 유포된 53 기각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

법조계에서는 만일 재판관 의견이 53으로 갈렸다면, 마은혁 재판관 1인이 평결에 참여하느냐 여부에 따라 윤 대통령이 운명이 달라지는 상황인데, 숫자만 보고 기각을 결정한다면 위헌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가 이미 국회 추천 몫을 대통령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은 것은 권한침해라고 판단을 내놓은 상태여서 위헌 논란이 불가피하게 되는데, 굳이 53 기각을 선고할 이유가 없다는 해석이다.

법조·정치권에서는 헌재가 그간 53 구도가 계속되어 선고 기일을 잡지 못했으나, 최근에 만장일치 '인용', 적어도 44 '기각' 또는 '각하' 결론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중에서 '만장일치' 설은 탄핵 정국이 4개월째 계속되면서 보수 대 진보 이념 대결 구도가 크게 심화한 사회적 분위기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대신 '기각'보다는 '각하' 쪽에 무게 추가 쏠리고 있다.

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재판관들도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누누히 지적되어온 탄핵소추 사유 중 내란죄 제외 요청 등 절차상의 문제, 위헌 혐의를 결정지을 증언과 증거들에 대한 '오염' 지적, '졸속 변론' 비판 등을 외면하기 어려워 각하 결정에 동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기각되면 진보 진영의 강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지만, 각하는 다시 공을 국회로 넘겨 재탄핵 절차를 밟을 여지를 남겨둘 수 있어 보수 진영 재판관들과의 타협이 가능한 카드라는 주장도 나온다.

보수 진영 재판관들로서도 일단 인용돼 대통령이 파면되는 것을 방어하는 선에서 만족하고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서울=이득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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