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연 경기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등 여야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9일 나란히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야권의 선두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직은 사퇴하고 조만간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15명이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힘에선 전날인 8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출마선언을 했고, 유정복 시장은 인천 맥아더 동상 앞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14일 여의도 선거 사무실에서 각각 출마선언을 하며, 오세훈 서울시장도 곧 출마선언 대열에 가세한다.
◇ 김문수 "이재명에는 '깨끗한 손' 김문수가 제격"
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피고인 이재명을 상대하기에는 가진 것 없는 깨끗한 손 김문수가 제격"이라며 "거짓과 감언이설로 대한민국을 혼란과 파멸로 몰고 갈 이재명의 민주당은 저 김문수가 확실히 바로잡겠다"고 출마 배경을 밝혔다.
김 전 장관은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과 관련해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임기 중에 파면되는 것을 보면서, 국정을 책임지고 있던 국무위원으로서 비통한 심정과 책임감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광장에서 온몸으로 싸워 온 많은 당원 동지와 국민 여러분께서 낙담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제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며 "탄핵은 헌정질서 안에서 내려진 최종결정이므로 그 결과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여기서 멈출 수 없다. 다시 싸워서 승리합시다"라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성공스토리는 바로 자유민주주의에 있다"며 "저 김문수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을 더욱 위대하게 만들어 갈 것임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위대한 성취를 부정하는 세력들과는 맞서 싸워야 하고, 이겨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선거 캠프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청년대변인에는 서울대 교육학과 재학생이자, 서울대 시국선언 대표인 김민섭 씨를 임명했다. 이용구 전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은 후원회장을 맡았다.
김 전 장관은 대선 출마 선언 직전,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와 면담하고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 김동연 "정권교체, 그 이상의 교체 필요"
이번 조기대선에서 민주당의 비명계를 대표하는 대권주자로 꼽혀온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9일 자동차 부품 관세 대응을 위해 미국 출국 직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출국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대통령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7일 출마를 공식화한 김두관 전 국회의원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로서는 두 번째 출마선언이다.
김 지사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정권교체, 그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감으로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어 김 지사는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17년 탄핵 후 첫 경제부총리, 저에겐 경제위기 때마다 해결할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며 "30년 넘게 쌓은 국제무대에서의 경험과 네트워크가 있다"고 경제전문가로서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결선투표제, 총선과 대통령 선거 주기를 맞추기 위한 21대 대통령 임기 3년으로 단축, 기획재정부·검찰 해체 수준 개편, 전관 카르텔 혁파 등 '기득권 개혁'과 10개 대기업 도시 조성, 기후산업 400조 투자, 감세 중단과 국가채무비율 조정으로 200조 재정 마련 등 '경제 대연정'을 공약했다.
아울러 그는 무책임한 감세 남발 등 포퓰리즘 정책을 하지 않는 '정직하고 당당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김 지사는 "저는 계파도 조직도 없다.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이 저의 계파고, 경제를 걱정하는 국민이 저의 조직"이라며 '3무(네거티브·매머드 선대위·조직 동원력)·3유(비전과 정책 중심·단기필마 자세· 국민과 함께하는 젊은 선거)' 선거운동으로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귀국하면 서울 여의도에 캠프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후보 경선에 참가하더라도 도지사직은 유지한 상태에서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 이철우 "박정희 대통령 정신을 이어받아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경북 구미 박정의 전 대통령 생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을 이대로 볼 수 없어서 새로운 박정희 정신으로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기로 했다"고 대선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오후 2시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도 전국 규모 기자회견을 열어 출마 선언을 했다.
이 지사는 오전에 경북 구미시 상모동 고(故)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찾아 참배하고 "제가 대통령이 돼야만 산불에 대한 개선복구도 빠르게 할 수 있고 주민들의 삶의 터전도 새롭게 만들게 된다"며 대선출마 배경을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였으나 세계 10번째 경제 대국이 됐다"며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를 봤을 때 이대로 나라가 무너질 것 같은 굉장히 위험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성장률이 제로 가까이 되고 갈등은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가고 있고 내전이 일어날 정도의 나라가 되고 있다"며 "이런 나라를 보고 있을 수 만은 없어 자유 우파, 종갓집, 경북도 종손으로 분연히 일어설 수밖에 없다"고 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이 지사는 박정희 생가를 출마선언 장소로 택한 까닭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에게 대선출마 보고를 위해서"라고 밝히고, "이 나라 자유민주 체제를 만든 이승만 대통령, 그 체제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박정희 대통령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이득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