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국가별 상호관세가 시작된 지 13시간여 만에 중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올리면서 중국을 뺀 다른 국가에는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나마 각국에 부과했던 상호 관세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잠시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말그대로 잠시다.
상호관세 발표 첫날 국내 금융시장은 한때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은 1484.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었다.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일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등을 이유로 미국의 모든 무역상대국에 10% 이상의 상호관세 시행 방침을 밝혔고 5일부터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가 시행됐다.
여기에 더해 미국이 이른바 '최악 침해국'으로 분류한 57개 무역파트너(한국·일본·중국 등 56개국+27개 회원국 가진 유럽연합)에는 9일 0시1분부터 국가별 상호관세가 별도로 부과됐다.
하지만 13시간여 만에 중국을 제외하고 다른 국가에 대해선 국가별 상호관세 유예 조치를 내리면서 급락했던 주식 시장이 잠시 회복했지만, 미·중 관세전쟁의 유탄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교역 대상국 1·2위 간 강대강 관세전쟁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언제든지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 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무역에 의존해서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많이 기대고 있는 대한민국으로서 여러 장관의 각별한 노력을, 또 의지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미 한국 경제는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을 맞으면서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다.
여기에 관세전쟁으로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였다.
충북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충북은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와 이차전지 생산 거점으로, SK하이닉스가 주요 반도체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또 LG에너지솔루션과 에코프로 이차전지 업체 등은 미국 수출 비중이 높다.
한국은행 충북본부가 발표한 '최근 충북지역 경제동향'만 보더라도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44억9358만 달러로 중국(71억4920만 달러)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품목별로는 △ 이차전지 14억484억 달러(31.3%) △ 반도체 5억8698만 달러(13.1%) △ 컴퓨터 2억9913만 달러(6.7%) △ 정밀화학연료 2억7947만 달러(6.2%) 등이다.
충북의 수출 비중의 1·2위가 중국과 미국인만큼 도내 기업 역시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수 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여파로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 상황에서 국내와 지역의 위기는 더욱 침체될 수 있다.
경제 문제를 곧바로 해결할 묘안은 없겠지만, 우선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당장의 관세 리스크부터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기업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
국민 모두의 지혜와 힘을 동원해 당장의 위기를 극복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