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윤명혁 S&T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 금(金)사과는 현실로

지난해부터 사과값이 장난이 아니다. 사과 1개 가격이 5~6천이라니 이건 누구나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금사과 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것이다.

사과는 국민 과일이라고 부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소비량이 많은 과일 중 하나다. 그렇다면 최근 몇 년 사이에 사과값이 왜 이렇게 천정부지로 오른 것일까? 물건의 가격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인데 수요 만큼 사과 생산량이 따라주지 못했던 것, 필자는 5~6년 전 경북 청송지역에 컨설팅 일이 있어서 3년여를 다닌 적이 있다. 당시 청주에서 국도를 타고 괴산, 문경, 예천, 안동, 청송까지 가는 거리에 사과나무 과수원을 신규로 조성하는 곳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보면서 늘 걱정을 하여 왔다.

사과나무 재배 면적이 늘어나면 사과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과거 배나 포도처럼 사과나무 과원도 강제 폐원하는 일이 생기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던 것, 하지만 통계청의 발표를 보면 사정은 다르다. 2023년도 12월 통계청은 전국 사과 생산량이 39만 4000t으로 2022년보다 30.3%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는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0년 이후 43년 만에 가장 크게 감소했다. 이렇게 생산량이 줄다 보니 사과값은 두 배 이상 폭등할 수밖에 없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봄이 빨리 오는 탓이 가장 큰 원인이다. 원래 사과나무는 봄 기온의 정상인 15~16도인 4월 중순에 꽃이 피고 6월에 열매가 맺어야 하는데 봄이 빨리 오면서 꽃피는 시기가 5~10일 정도 앞당겨지는 지구온난화 현상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찍 핀 사과꽃은 꽃샘추위가 찾아오면 꽃이 얼어버리면서 착과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여름에도 사과는 몸살을 앓고 있는데 여름에 비가 오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기 속에 떠다니던 병원균이나 땅 위에서 서식하던 균들이 사과나무에 묻어 번식하게 된다. 대표적인 균이 곰팡이균의 일종인 탄저병인데 탄저병반이 하나만 찍혀도 그 사과는 수확을 못 하게 되는 것은 물론 주변의 과일에 번져 과수원 전체가 병해로 인해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비가 안 오고 맑은 날이 계속되면 직사광선을 받으면서 과일 표면이 강한 햇볕에 데는 일소피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비가 많이 와도 걱정, 비가 안 와도 걱정이니 사과나무의 일생은 지구온난화로 시대가 흐를수록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고 볼 수밖엔 없다.

기상으로 인한 피해는 또 있다. 바로 우박인데 심심치 않게 우박이 곳곳에 내리면서 사과밭을 초토화 시키는 것이다. 우박이 5분만 내려도 사과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데 하나의 우박이 사과를 때리면 맞은 부분에 상처가 나게 되고 결국 그 사과는 낙과가 되거나 아니면 수확하더라도 못난이 사과로 변신하면서 싼값에 팔려나가는 신세가 된다. 이러니 우리나라에서 사과가 금사과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 만주벌판에 광활한 사과밭이

필자는 10여 년 전 공직에 있을 때 중국 훈춘시의 초청을 받아 만주벌판의 사과경작 농가에 대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출국하면서 만주벌판에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지만 실제로 현지에 도착해보니 일본의 후지 사과를 이용하여 자체로 육종한 셀렌이라는 사과를 재배하고 있었는데 맹령촌이라는 지역에서만 500ha를 재배할 만큼 규모화되어 있었다. 그때는 매년 10~15%는 동사로 인해 죽고 있었지만 사과 맛은 기가 막혔으며 계속 진행 중인 지구온난화로 인해 언젠가는 만주벌판이 사과재배로 세계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사과재배 적지는 북상하고 있다. 필자는 경북의 안동, 청송, 영주, 충북의 충주는 사과재배 적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구태여 찾아본다면 평창, 인제 등의 강원도 지역이나 해발 300m 이상의 산악지대가 아니고선 이젠 사과밭을 조성하면 그만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에 정부는 서둘러 강원도 지역에 2000ha의 사과 과원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사과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서 기존 사과 과원의 정상적인 생산을 지원하는 정책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봄철 꽃눈 동해 방지를 위한 반영구적 시설지원과 노지 스마트팜 시설, 과수 화상병 사전 예방책 강구 등 다양한 구제책으로 우리 소비자들이 만주 사과를 수입해서 먹는 신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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