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5명으로 구성된 6학년 3반, 남학생 14명과 여학생 11명이 유권자인 반장 선거에는 남학생 후보 3명과 여학생 후보 2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결과가 뻔한 선거였지만, 선거당일 합종연횡이 일어났다. 여학생과 남학생 후보가 각각 2명으로 줄었다.
1차 투표 결과 여학생 1명이 12표를 얻었고, 나머지 한 여학생은 1표, 남학생 1명은 10표에 또 다른 남학생도 1표에 그쳤다. 남학생 중 1명이 반란을 일으켰고, 1명은 기권했다.
하지만, 결과는 2차 투표에서 뒤집혔다. 남학생 13표와 여학생 11표로 승패가 갈라진 것이다.
통상적으로 여학생은 여학생에게, 남학생은 남학생에게 투표하는 초등학교 반장선거와 관련한 불문율이 깨진 것이다.
-여성 정치인 전면 등장
이승만-윤보선-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등으로 이어진 해방 후 현대사에서 여성 정치인은 늘 '어시스트'에 불과했다. '끼워넣기'에 그쳤다는 얘기다.
각 정당의 비례대표 1번을 차지했고, 남자 국회의원 중심의 '판짜기'를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다.
여성계는 줄곧 '여성 비례대표' 확대를 요구했다. 국회의원부터 지방의회까지 여성 비례대표는 변하지 않았다.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숱한 방해에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면서 차기의 유력한 대통령으로 꼽히고 있다.
10·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주목받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나경원 국회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민주당에서도 박영선 의원이 박원순 변호사와 야권단일 후보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여성을 찍지 않는다
과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후보들이 대단한 활약을 했던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단한 활약 뒤에는 '여성이 오히려 여성 후보를 찍지 않는다'는 관례를 무너뜨리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이 때문에 10·26 재보선과 내년 4월 총선, 12월 대선 등에서 여성 후보들은 더욱 두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편견이 사라졌고, 사회적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대통령은 4년 내내 국정운영 지지도가 30~40%대에 그쳤다.
역대 대통령들이 최소 60%에서 최대 80%의 지지율을 보였던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내 박 전 대표는 최저 30%에서 최대 40% 후반까지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계속해왔다. 여당 내 정몽준·김문수 등과 야권의 손학규·문재인·이회창 등이 기껏해야 10% 중반까지 올라갔다가 한자릿 수로 떨어지는 상황과 비교할 때 경이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남성이 '들러리'?
한나라당 내 계파 싸움에서 친이계가 밀려나고 있다. 친이계는 '포스트 이명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손학규·정동영·정세균 등 유력 대권 주자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정치 입문 5일 만에 4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인 '안철수 바람'에 하염없이 무너졌다.
'포스트 이명박', '포스트 노무현'의 부재는 10·26과 2012년 4월·12월 선거를 거쳐 '남성 들러리' 시대의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김동민 정치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