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이강록 우송대학교 교수
AI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우리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 분야에서 우리는 높은 기술력과 발전 가능성을 갖춘 국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AI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뚜렷한 대응이나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연구 분야에서는 투자 규모마저 축소하는 실책을 범하고 있다. 영국 토터스 인텔리전스(Tortoise Intelligence)가 발표한 ‘글로벌 AI 지수 2024’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62개국 가운데 6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이는 매우 불안한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손마사요시가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국가 차원의 AI 경쟁력을 주도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발맞추어, 첨단 GPU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소프트뱅크와 일본 정부가 제조사인 엔비디아와의 협상에서 연합 전선을 형성하여, 차세대 GPU를 우선적으로 공급받는 데 성공한 사례는 IT 업계에서 하나의 성공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반면 우리는 하루가 아쉬운 기술 경쟁의 격변기 속에서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있다. 지난 겨울 이후로 미래를 위한 국가 차원의 설계와 전략적 노력이 사실상 멈춘 듯한 모습이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으며, 우리는 그 흐름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선도 그룹 미국, 중국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 격차를 넘어 우리 사회의 생존 기반을 위협할 수 있는 구조적 위기다.
지금 우리는 기술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실질적인 대응과 과감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더 이상 늦추면 더는 따라잡을 수 없는 기술 격차로 고착될 수 있다. 이 위기를 단순한 경고로 넘기지 않고, 국가적 의제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또 한 번 역사 속에서 중심이 아닌 주변으로 밀려나는 아픈 경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사회경제학자들은 역사 속에서 기술 혁신과 그에 따른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국가들이 쇠락의 길을 걸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미 그 역사적 전례를 경험한 바 있다. 근대화 산업혁명 당시 우리는 국제 질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주변부로 밀려나 비참한 식민지로 전락한 경험이 있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갈림길에서 기술과 산업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그 흐름을 주도하지 못한 대가는 뼈아픈 역사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AI는 지식의 구조, 산업의 생태계, 인간 노동의 가치, 그리고 교육·복지·법률까지 사회 전 분야를 재편하고 있는 혁신의 총체다.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뒤처진다는 것은 곧 국가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실패가 현재의 교훈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에 소외당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AI 시대의 새로운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을 정교하게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잠재력이 있다. 세계적 수준의 인재들, 디지털 인프라, 빠른 적응력을 가진 시민 사회 등은 우리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다. 그러나 이를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전환하려면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정책이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의 국가적 전략 수립과 투자가 절실하다.
AI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는 그 흐름을 빠르게 따라가는 차원이 아니라,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 우리가 다시 세계 속 선도 그룹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바로 지금 우리의 선택과 실천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