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코 앞에 두고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각 후보들이 지역을 방문해 유세하는 것은 물론, 지지자를 포함한 당 차원의 지원도 거세졌다.

문제는 매년 선거철마다 소음 관련 다수의 민원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을 살펴보면 79조에 따라 유세 차량에 확성 장치를 설치하고, 공공장소에서 거리 유세를 할 수 있도록 규정됐다.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소음 크기 제한은 127㏈ 이하면 된다. 이는 통상적인 경우로 대통령 선거 후보자 또는 시·도지사 선거 후보자의 경우 150㏈ 이하까지 소리 크기를 키울 수 있다.

연설 금지 장소인 국가 또는 지자체 소유·관리 건물, 시설·선박·정기여객자동차·열차· 전동차·항공기 내부, 터미널 및 지하철역 구내, 병원, 진료소, 도서관, 연구소, 의료시설 등을 제외하면 모든 장소에서 선거유세가 가능한 점도 문제다.

따라서 후보자들은 시민들이 평온한 일상을 누릴 자유가 있는 주택가나 학생들이 학습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학교 인근에서까지 선거 소음을 유발한다. 

국민권익위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접수된 민원을 분석해 발행하는 ‘빅데이터로 보는 국민의 소리’에도 이 같은 상황은 명확히 드러난다.

이 자료에 따르면 매년 선거를 앞두고 수 천건의 소음 관련 민원이 접수된다. 대선과 지선이 겹쳤었던 2022년의 경우 5월에만 4063건의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은 많지만, 이를 개선해야 할 정부나 국회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 ‘일시적인 소음이니 조금만 참아라’, ‘규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대면서다.

공군부대 인근 주민들의 경우 전투기가 이·착륙할 때 발생하는 소음(120㏈)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는다. 이 정도 크기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청력 등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할 가능성도 높다.
선거소음은 정부가 나서서 인근 주민들에게 보상을 하고 있는 소음 크기보다 더 크다.

주·야간을 가리지 않는 선거 소음은 우리나라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 주간에 주택가 등에서 선거운동을 할 경우 야간 근무자는 잠을 자지 못한다. 늦은 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신생아를 키우는 가정이나 이른 새벽 출근해야 하는 가정에 큰 피해를 준다.

공직선거법이 제정됐을 시절에 비해 현대는 많은 정보전달의 수단이 있다. 후보들 개개인 별로 온라인을 통해 방송을 해도 되고, SNS를 통해 자신의 공약을 재치있게 풀어낼 수도 있다. 

후보자들이 직접 나서는 거리 유세도 중요하다. 당 차원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다. 다만 주민들에게 대표성을 얻기 위한 행위를 하면서 평온한 일상을 해치는 아이러니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선거운동과 관련된 시간, 장소, 소음 크기는 이제 다시 설정될 때가 됐다. 시대는 변했다.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리려고 하는 행위가, 시민들에게는 반감만 커지는 행위가 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알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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