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후보들은 공약과 정책을 들고 싸워야 한다. 

비난과 비방은 결코 무기가 될 수 없다.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당연하듯 비난과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근거를 알 수 없고 사실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소문들도 쏟아진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는 지난 16일 충북 청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도둑놈들이 자기 발 저리니까 아예 검찰청을 없애버리겠다는 이런 잘못된 흉악한 범죄자들 전부 잡아 넣어야 하지 않겠냐"며 "암행어사 김문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모든 엉터리 탐관오리와 도둑, 잡범을 모두 청주교도소에 집어넣겠다"고 말했다. 

유세현장에서 지역을 위한 공약과 정책 소개보다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난이 먼저였다. 

지난 18일 진행된 대선 후보 TV토론회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경제'가 토론회 주제였지만 정책이나 정책이나 비전에 대한 토론보다는 '네거티브'만 난무했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대 중국 외교관과 불법 대북 송금 등을 꺼내 공격했다. 

대부분 상대의주장을 존중 배려하거나 수용하기는커녕 왜곡하고 깎아내리는데 급급했다.

맥락없이 특정 단어만 골라 비난하고 몰아세우기에 몰두하는 모습뿐이었다.

이런 구태는  이번 대선이 시작되면서부터 이어져왔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과거 욕설 논란과 여배우와의 불륜설을 끄집어 냈다.

김 후보는 "형수 욕을 해도 보통 욕하는 게 아닌 이런 사람을 확 찢어버려야 하지 않나"라며 "저는 결혼한 이후에 한 번도 제가 총각이라고 속여본 적 없다. 형수에게 욕 한 번 해본 적 없다"고 했다. 

'불륜설'은 고소·고발이 이뤄졌으나 검찰이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기소 종결한 사안이다.

민주당은 국힘이 '이재명 망언집'을 내놓자 '김문수 망언집'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김문수 망언집'에는 김 후보가 대학 초청 강연에서 걸그룹의 외모를 비속어로 품평하고 '춘향전' 얘기를 하다가 외설적인 표현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거론된 김 후보 언급이 부적절한 건 맞다. 

하지만 이런 걸 대선 후보 검증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후보 역시 김 후보를 향해 "내란에 어영부영 동조했다, 안 했다, 왔다리 갔다리 하는 사람"이라며 '내란 동조자'로 몰아붙였다. 

비상계엄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위법 결정이 났지만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하는지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이번 대선은 비정상적 사태들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대통령 궐위에 따라 치러진다. 

당선된 차기 대통령은 정권 인수를 위한 준비 기간도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누구를 선택할 지 한 표의 무게가 그 어느때보다 무겁다. 

그렇기에 후보들은 유권자들에게 더욱 명확하게 선택의 근거를 내놔야 한다.

그 근거는 과오에 대한 비난·비방이 아니라 국가의 비전이 돼야 한다. 

지금까지 각 정당과 후보들은 공약과 정책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곳에 힘을 쏟았다. 

서로에게 '내란 종식'과 '반() 이재명'을 외치며 증오와 적의만 쏟아붓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와 미래에 있어 몹시 중요한 이번 대선이 이렇게 졸속으로 치러져선 안 된다. 

남은 기간만큼은 후보들이 공약과 국정운영 비전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과거 선거들은 비난·비방으로 점철되면서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켰고 정치무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질을 떨어뜨렸다. 

이번 대선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민주주의의 내일이 달려있다.  

후보자 모두가 공약과 정책을 무기로 정당하고 깨끗한 선거전을 펼치길 기대한다. 

/충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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