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대부분에는 이른바 짝퉁이라 불리는 모조품이 존재한다. 미술이나 음악 같은 예술 작품에도 모작이나 표절이라 불리는 짝퉁이 존재하고, 명품이라 불리는 제품에는 짝퉁이라 불리는 이미테이션이 존재한다. 동양의 베네치아니, 영남알프스니 어쩌니 하는 지리적 짝퉁도 존재하고, 유명인인 누구와 비슷한 어디의 누구라는 인간 짝퉁도 존재한다.

상업적인 측면에서 사용 가치만 중시한다면 진품과 비슷한 품질이면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인 모조품을 선택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가격 대비 상품의 질이 좋아 시장에서 선택받는 ‘가성비’ 좋은 제품이라 하는 말은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상업적 사용 가치만이 아니라 존재의 희귀성과 교환의 용도로 가치를 평가하는 명품이라 일컬어지는 제품이나 독보적인 예술 작품은 그렇지 않다. 어떤 작품은 실제 사용함으로 얻는 유용함을 뛰어넘어 존재의 희귀성 자체가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인간이 가진 비교우위에 대한 욕망과 허세 등 복합적인 감정이 만들어 내는 가치일 것이다.

사실 내로라하는 전문가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게 위조된 위작의 경우라면 거의 같은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의 평가는 위작의 가치가 진품의 가치에 비견될 수 없다. 진품과 구별이 힘들 정도로 정교하면 정교할수록 더욱 비난의 대상이 된다.

예술품에는 과장되게 의미를 부여해 창작자의 정신적 가치인 예술혼이 들어간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작가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은 역사성과 인간적 가치가 진품의 가치에 같이 녹아있다고 하기도 한다. 그렇게 의미가 부여된 물건은 얼핏 동일한 물건처럼 보여도 다른 가치로 평가받고, 그런 의미에 동의한다면 보는 사람의 느낌도 달라진다. 물건뿐 아니라 특정한 장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장소도 의미가 부여되면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 언제가 누군가와 같이 갔던 장소라던가 역사적 사실이 배어있는 특정한 장소라면 해석이나 느낌에 따라 그 장소가 가지는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장소뿐이 아니라 시간도 마찬가지다. 매일 뜨는 태양이 다를 리 없지만, 새해 첫날의 태양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일출 명소에는 한해가 시작되는 날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 등 수많은 무슨 무슨 날 또한 다를 바 없는 하루이지만 의미를 부여하면 특별한 것이 된다. 진품과 짝퉁은 그렇게 제품의 차이가 있으면 물론이고 거의 동등한 질의 경우에도 인간이 부여하는 의미로 특별하게 된다.

어떤 짝퉁은 그 진품에 유사한 제품의 질에 비해 진품보다 현저히 낮게 평가된 가치 때문에 호감과 선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짝퉁은 아무리 질이 높아도 모방과 표절 때문에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된다. 아마도 짝퉁이 호감의 대상이 되느냐 비난의 대상이 되느냐의 갈림길은 정직성일 것이다. 진품을 흉내 내고 진품과 같은 높은 질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자신은 모방한 진품이 있음을 밝히면 호감의 대상이 될 것이고, 진품으로 오해하게 해 상대를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다. 진품을 만든 자에 대한 존중과 정직성을 갖춰야 의미있는 짝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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