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파면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에 참석해 영화를 관람한 것이 알려지자 여야 대선캠프가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제작한 이영동 PD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봤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형사재판에 출석하는 것 외에는 첫 공개 석상에 나타난 행보였다.
윤의 탄핵 파면 후 첫 공개 행보가 6·3 대선을 13일 앞둔 시점이고, 내용이 부정선거(자동 개표기 부정)를 주장하는 것이어서 대선 캠프와 대선 후보들이 강하게 비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다큐 영화 사사회에 참석한데 대해 "그 선거 시스템으로 본인이 선거에서 이긴 것 아닌가"라며 "이를 부정선거라 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불만이 들끓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은 탈당했다. 저희 당과 이제 관계없는 분"이라며 "개인적 입장에서 봤을 때 윤 전 대통령은 계엄에 대한 반성자중할 때가 아닌가"라고 거리를 두며 에둘러 비판했다.
아울러 당 내에서는 이날 윤의 행보가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과 함께 완전한 절연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법적인 12·3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의 하나로 '부정선거'를 내세웠으나, 헌재에서 파면 선고를 받았고, 이로 인해 보수진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다. 그런 장본인이 또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영화 시사회를 대선 코앞에서 공개적으로 참석한 것이 표심 공략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중도보수 논객으로 꼽히는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의 부정선거 관련 영화 관람에 대해 언론과의 통화에서 "본인이 내란 혐의 때문에 어떻게든 부정선거론을 합리화시켜보려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다.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으로서 그 신뢰를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반대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번 대선 구도를 '이재명 대 윤석열'의 대결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선거에 심각한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대선 초기부터 민주당이 이번 대선을 '이재명 대 김문수 대결'이 아니라 '이재명 대 윤석열의 대결' 프레임에 넣으려 한다고 경계해왔다.
/서울=이득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