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30일 진행된 사전투표율이 34.74%로 마무리됐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0대 대선 사전투표율 36.93%의 아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번 대선의 경우 사전투표 첫날 수 많은 유권자가 몰려 역대 최고 투표율인 19.58%를 기록했다. 이는 20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 17.57%보다 2.01% 높은 수치다.
둘째날 역시 오후 1시 기준 사전 투표율은 27.17%로 20대 대선 사전투표 둘째날 오후 1시 기준 26.89%보다 0.28% 높은 투표율을 보였었다.
그러나 오후 2시부터는 사전투표율이 오히려 역전됐다. 21대는 28.59%로 오후 1시에 비해 1.42%오른 반면, 20대 대선 때에는 26.89%에서 28.74%로 1.86%오르면서 근소하게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벌어진 격차는 결국 사전투표가 마감될 때까지 메워지지 못해 역대 두 번째 투표일이라는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이처럼 막판에 사전투표율이 뒤집힌 까닭은 이번 대선 역시 부실한 사전투표 관리, 상호 네거티브 공방, 고소·고발 등이 난무해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환멸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한 유권자가 배부받은 투표용지를 들고 외부 식사를 했다가 다시 투표소에 들어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강남구에선 투표사무원이 남편과 자신의 신분증으로 두 차례 투표를 시도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경기 김포와 부천에서는 투표함에서 22대 총선 투표용지가 1장씩 발견되기도 했다.
고소·고발의 경우 선거 막판에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이 후보는 생방송 TV토론에서 여성의 신체와 관련된 발언을 했다.
당시 토론을 지켜봤던 시민들은 "젓가락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가히 충격적인 수위의 발언이었다.
민주당은 곧바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이 후보를 고발했고, 이 후보 역시 무고로 맞고발했다.
흑색선전도 가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유시민씨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부인 설난영 씨를 두고 성차별, 학력, 노동자 등 차별과 폄하로 얼룩진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됐다.
조기 대선인 만큼 각 정당 또는 후보자들이 제대로된 공약을 내기 보다는 "우리가 저쪽보다 낫다"는 논지의 발언을 이어가는 것도 피로감에 한 몫을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선거에 '내란 세력 심판'을, 국민의힘은 '범죄 후보, 방탄 독재'만을 부르짖었다. 그 누구도 이번 대선과 관련해 제대로 된 공약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상대에 대한 비방만 있을 뿐이다.
규모를 막론하고 매 선거마다 위 상황들은 반복됐다. 후보자나 발언자만 바뀔 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 같은 상황들은 막판 선거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을 것이다. 골수 정당 지지자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말한다.
이번 대선에는 뽑고 싶은 인물이 없다고. 후보자들 역시 내가 되기 위해 남을 깎아 내리고만 있는 상황이지만, 대한민국의 대표자를 뽑기 위한 유권자들의 투표는 이어졌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후보들은 정권을 잡기 위한 투쟁 말고 진짜 민생을 돌아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