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예올한의원 원장
자동차 보험에 주행거리 특약이 있다. 연간 주행거리가 기준 이하면 보험료 일부를 되돌려 주는 제도다.
매년 1조 원 이상 환급되기에 손해일 듯한 이 제도를 보험사가 적극 시행할 뿐만 아니라 시혜를 확대하고 있다. 주행거리와 연동된 자동차 보험제도는 1970년대 미국에서 처음 제안되었으나 본격적으로 시장에 적용된 것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다.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11년부터 해당 보험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연간 1만 Km 이하를 주행한 운전 그룹은 1만~1만 5천 Km 주행한 기준 그룹에 비해 위험도가 41% 낮았고, 1만 5천 Km 이상 운전한 그룹은 반대로 38% 높았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주행거리가 연간 3천 Km 이하의 경우 사고율이 5.7%인데 반해, 9천 Km~1만 Km 주행한 경우 사고율이 11.6%, 1만 9천 Km~2만 Km 주행한 경우 사고율은 14.1%에 달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주행거리가 1만 Km 늘어날 때마다 사고율이 4.7% 상승한다고 한다. 자동차 보험의 주행거리 특약은 보험자는 보험료 절감 혜택을, 보험사는 손해율 급감으로 이득을 얻는 윈윈 제도다.
건강보험료는 매년 증가하여 2023년 기준 81조 5천억 원을 걷었다. 그동안 조금씩 모았던 적립금은 보장성을 강화한 선심성 정책과 코로나19 팬데믹 때 퍼주기 정책으로 모두 고갈됐다. 향후 지속적인 보험료 상승이 예상된다. 건강보험료는 소득 대비 7%를 넘어서 로마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걷던 세금 수준을 육박하고 있다. 지금처럼 선심성 정책이 남발되고 보건당국에 대한 통제가 해이해지면 건강보험료는 조만간 10%에 달하게 될 것이고 이는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를 옥죄게 될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선심성 정책과 방만한 경영이다. 세금으로 국민 환심을 사는 선심성 정책으로 보장성은 날로 확대되어 재정 적자를 키우고 있다. 마케팅 일환으로 변질된 건강검진제도는 오랜 비판에도 불구하고 날로 검진 항목을 늘린다. 양약 가격을 과다 책정해 제약사 이익을 과다 보장한 보험약가 정책은 제약사의 기형적 성장과 양의사 커미션을 조장한다. 근본 처방인 보험약가 인하보다는 적발된 이들을 처벌하는 과시성 행정만 되풀이한다. 실비 보험이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확대하고 공공의료 시스템을 망칠 거란 지적은 무시됐다. 모두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키워 보험료 인상과 세금 낭비를 초래하고 종국에는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공공의료 시스템을 망치고 있다.
어느 조직이나 인력과 예산을 늘려 조직 발전을 꾀한다. 현재나 미래의 이익을 공유하기에 보건당국은 의료 카르텔의 주축이 되기 쉽다. 보건당국뿐만 아니라 모든 정부 조직이 지니는 속성이다. 선출직 정치인은 이를 제어할 책무가 있으나, 무능 무관심 혹은 사욕으로 인해 보건당국과 건강보험공단 등은 전혀 통제되지 않고 있다. 국민 개개인이 식견을 갖추어 정치인을 확고히 통제하지 않으면 중우정치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된다.
건강보험료의 합리적 인하를 위해 위에 열거한 문제점들을 해결함과 동시에 건강 마일리지 제도를 제안한다. 연간 의료기관 방문 횟수, 입원 횟수, 급여 금액 등을 평가하여 기준에 부합한 사람에게 건강보험료를 대폭 환급한다. 이는 자동차 보험의 주행거리 특약과 유사하게,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절약하게 하고 전체 건강보험 지급액을 절감하는 윈윈 제도가 될 수 있다.
의료 파업 기간이 길수록 사망률이 감소하는 현상을 이미 여러 국가에서 보여줬다. 건강은 의료기관에 의지할수록 망치기 쉽고, 스스로 관리하며 필요시에만 도움을 받아야 유지 증진된다. 우리는 최고의 공공의료 제도를 갖추고 있기에 대부분 국민이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기보다 의료기관에 맡기는 경향이 강하다. 건강 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하면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 제고에 무엇보다 도움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