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강행했던 의대증원 정책이 결국 트리플링 가시화라는 결과로 되돌아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이 서울대를 제외한 전국 9대 국립대 의대를 대상으로 유급·제적 현황을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7일 기준 경상국립대 예과 1학년 185명 중 94.1%인 174명이 유급 대상자로 확정됐다.

올해 입학한 25학번의 경우 135명 중 94.8%인 128명이 유급대상자로 확정된 셈이다.

내년 26학번 신입생 수는 79명으로 유급학생을 포함하면 1학년 수업을 253명이 듣게 되는 셈이다. 내년도 모집인원에 비해서도 3.2배 규모에 달한다. 한 학년 수업을 3개 학번이 듣는 '트리플링'이 실현된 셈이다.

트리플링을 피한 더블링 수준의 대학들도 있지만, 곧 트리플링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유급을 피하려고 1과목만 수강한 학생들이 2학기에도 복귀하지 않거나, 최수 수업만 수강하게 될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충북대 의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충북대 의대는 유급 예정자가 0명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25학번 재학생 117명 중 95.7%인 112명이 유급을 면하기 위해 1과목만 신청했다.

이들이 2학기 수업에 참여하지 않거나, 유급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강의만 수강할 경우 내년 수업 대상자는 162명이다. 이 역시 모집인원 50명의 3배가 넘는 수치다.

교육부는 앞서 "소위 말하는 '3개 학년 중복(트리플링)' 우려는 없다. 예과에서 6000명을 교육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라고 했었다.

현실은 교육부의 주장과는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의 의대에서 트리플링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더블링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예과 수업의 경우 대체로 이론 위주인 만큼 사이버강의 등을 동원할 경우 교육부의 주장대로 교육은 가능할 것이다. 다만 교육의 질은 매우 떨어지는 수준으로 예상된다.

당장 예과 교육은 가능하더라도, 본격적인 실습이 커리큘럼에 포함되는 본과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모든 의대에서 늘어난 학생 수 만큼 실습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간도 문제지만 카데바 등을 구하기도 어려워 제대로된 실습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윤석열 정권의 의대 증원책은 제대로 된 인프라 구축없이 인원만 덥석 늘려놨고,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돌아왔다.

의료계와 정부는 2년 넘게 강대강 대치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 의료현장을 지켜선 책임감 있는 의료진은 계속해서 피해를 봤다. 

반발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결국 '조건부 의대 증원 철회'라는 꼼수로 한발짝 물러났지만,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제 내년부터 본격적인 의대 트리플링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때도 의대생들이 현재와 같은 행동을 이어간다면 새로운 의사가 배출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권이 바뀐 만큼 새 정부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