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도지사는 도백(道伯)의 말이 갖는 의미와 무게를 더 깊게 생각해야 한다.
'일단 던지고 보자'는 식의 경솔한 언사는 역풍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도백은 도지사를 예스럽게 표현한 말로 한자를 풀이하면 '도에서 맏이'이라는 뜻이다.
도지사는 광역 지방자치단체인 도의 최고책임자로 도를 대표하고 관련된 행정사무를 총괄·지휘하는 자리다.
도백의 말(言)이 갖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지사는 최근 박노준 우석대학교 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다목적 돔구장 건립과 프로야구단 유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야구, 축구 등을 할 수 있는 경기장 역할과 함께 콘서트·전시장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구상 중이며 예산지원도 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충북에 돔구장이 생긴다면 도민 모두가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생각하면 의구심만 든다.
2026년에 착공하는 서울 잠실구장과 인천청라돔구장이 김 지사의 구상과 비슷한 다목적 돔구장으로 추진 중이다.
잠실돔구장은 추정 3조원을 들여 현재 잠실야구장 재건축과 함께 전시·컨벤션, 업무·숙박·상업시설 등 복합형 스포츠 콤플렉스를 짓는다.
교통이 편리하고 전철로 접근하기 편한 위치로 이용객 확보가 용이해 수익시설 유치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또 서울이라는 입지를 바탕으로 전시·컨벤션·공연 등 대관 수익을 내기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LG 트윈스는 돔구장 건설비로 1000억원 이상을 부담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이 연고지인 프로야구팀으로서 본인들이 사용할 구장이기에 가능한 투자 계획이다.
인천청라돔구장도 정확한 비용은 나오지 않았으나 2조원 가까운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신세계그룹이 야심차게 진행하는 사업으로 대형 쇼핑몰과 호텔, 백화점, 실내 테마파크 등을 함께 조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대기업이 자회사들을 모아 직접 운영하는 형태라 점포 임대 및 수익성에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신세계그룹도 계열사인 이마트에서 인천을 연고지로 하는 SSG랜더스라는 프로야구팀을 운영하고 있다.
충북에 복합형 돔구장을 건설할 경우도 민간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절실하다.
그러나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규모가 크고 수익성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와 점포 임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잠실과 청라의 경우 각 지역을 연고지로하는 프로야구팀의 모기업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건설비용의 일부를 분담하고 있다.
충북은 연고 팀은커녕 한화이글스마저 올해 배정 경기가 0게임인 불모지다.
프로야구팀의 비용 분담도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김 지사는 규모나 비용 충당 및 수익 창출 방안 등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도에서 얼마나 투자가 가능한지조차 말하지 않았다.
복합 돔구장 건립 사업은 기본 계획 수립에만 최소 몇개월에서 길어지면 연 단위가 필요하다.
건립공사도 5~6년은 소요된다.
지방선거가 1년도 안남은 상황에서 기초 조사나 기본 계획조차 없이 그저 '투자 할 의향이 있다'며 대규모 사업인 돔구장 건립 구상을 동네방네 퍼뜨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화이글스의 청주 홈경기 무산이 이슈화하자 이에 편승하려는 포퓰리즘 발언이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아무 계획 없이 그저 표만을 위해 쏟아내는 정치인의 말은 '허언'(虛言)일뿐이다.
/충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