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축구 인재 양성을 위한 산실이 되어야 할 청주 운호고등학교가 축구부 해체 절차를 밟고 있다
지역 내 축구부 창단은 고사하고 역사와 전통이 깊은 축구부마저 해체될 상황이다.
학교체육이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전문체육과 생활체육도 붕괴된다.
청주 운호고 학교운영위원회는 지난 10일 임시회의를 열고 축구부 해체 안을 심의했다.
5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축구부 해체 안건인 만큼 가부 결과는 곧바로 결정하지 않고 추가 논의를 갖기로 했다.
축구부 해체를 결정할 경우 당장 학생 선수로 활동 중인 유소년들의 진로는 물론 도내 축구 유망주들이 꿈을 포기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학운위 역시 청주상고(현 대성고)와 도내 고교축구를 이끌어 온 축구 명가의 폐지를 막고 싶었던 것도 있었을 테다.
청주 운호고는 지난 4월쯤부터 충북교육청에 축구부 운영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해체 절차를 문의해왔다고 한다.
불과 두달 전 충북청주FC와 U18팀을 공식 창단했음에도 말이다.
학교 측은 단체 기숙 등 학사 운영에 대한 어려움, 위장 전입, 회계 처리 문제, 지도자와 학부모간 이뤄질 수 있는 비위에 더해 축구부 관련 전반적인 인사권한 등이 해체를 결정하게 된 이유라고 한다.
공식적으로 내놓은 이유만 놓고 본다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체 기숙, 위장 전입 그리고 지도자와 학부모 간 발생할 수 있는 음성적인 돈거래 등은 전국 모든 학교 운동부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학교가 오롯이 안고 가기에는 책임과 부담 등에 버거운 것 역시 이해된다.
다만 이는 축구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축구부와 마찬가지로 5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운호고 씨름부 역시 같은 문제가 벌어질 수 있지 않는가.
학교장이 어떤 의중을 가진지 모르겠지만, 지역 입장에서는 아쉬움만 남는다.
운호고 동문이라면 과거 청주상고와 경기 때마다 모두가 응원전에 참가했던 추억을 품고 있을 것이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 역시 운호고만 가진 역사이고 전통이다.
단지 동문들의 추억을 지키고, 지역의 전통을 이어가자는 뜻에서 축구부 존치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운호고 축구부가 없어진다면 도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실업팀 순으로 이어지는 엘리트 축구 선수 연계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초중 학생선수들의 진로 결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운호고 축구부 해체는 단순히 한 학교의 해체가 아닌 충북 축구 꿈나무 육성의 한 축이 없어지는 것이다.
단지 학사 운영의 어려움과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때문에 해체의 길로 몰아가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축구와 씨름은 운호고의 전통적 강세분야다.
운호고의 이번 결정은 고교부는 물론 충북 체육의 침체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
운호고가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하나의 수단을 스스로 놓아버리는 우를 범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