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예올한의원 원장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 사회가 되었다.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50세 이상 인구는 무려 37%에 이른다.
노화는 건강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결핍되어야 귀한 것의 진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덕분에 건강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 한 해동안 건강기능식품 판매액은 4조 원가량이었다. 이중 홍삼 매출은 9천억 원으로 단연 독보적이고, 프로바이오틱스는 6천 8백억 원, 비타민 및 무기질은 5천 6백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운동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인식되어 다양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 또는 회복하려 한다. 각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마다 설치되어 있는 간단한 운동 시설뿐만 아니라 스포츠 센터 등 전문 시설을 이용하는 이들도 많다.
전국에 헬스 요가 필라테스 업종 수는 2023년 현재 2만 6천여 개소다. 언제 어디서든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며 해당 업종의 매출액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쉽게 접촉하는 유튜브에도 건강 관련 채널이 다양하다. 직간접적인 수입과 홍보를 위해 일부 의료인마저 유튜브 방송에 열성이다.
건강기능식품과 운동 등은 체질과 나이에 맞지 않게 운용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수명을 단축한다. 대중 매체에 자주 거론되는 건강 상식 대부분은 무지한 이가 확대 재생산하거나 특정 의도로 포장된 상술이다. 예를 들어, 과도한 물 홍삼 비타민 등은 질병을 유발하나 인기가 많다. 건강과 수명에 대한 정확한 식견을 가져야 한다. 무지는 죄악이다.
건강과 수명의 기본 틀을 형성하는 것은 환경과 체질이다. 우리 나라의 평균 수명이 획기적으로 연장된 것은 경제성장으로 환경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장수 집안의 자손이 대체로 장수하는 것은 체질에 기인한다. 그런데 환경과 체질의 기본 틀을 넘어 더욱 중요한 것은 섭생이다.
월사 이정구 선생이 지은 ‘동의보감’ 서문에 따르면, 임진왜란을 겪은 백성이 질병으로 신음하는 것을 보고 선조가 허준에게 의서를 지어 백성을 구휼할 것을 명한다.
1596년 태의 허준을 불러 하교하기를, “근래 중국의 의서를 보니 모두 조잡한 것을 초록하고 모은 것이어서 별로 볼만한 것이 없으니 제대로 된 의서를 편찬해야겠다. 사람의 질병은 모두 섭생을 잘하지 못하여 생기는 것이니 수양이 최선이고 약물은 그 다음이다.
여러 의서들이 번다하니 요점을 가리는데 힘쓰라. 궁벽한 고을에 치료할 의사와 약이 없어 요절하는 자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약재가 많이 산출되지만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니 종류별로 나누고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명칭을 병기하여 백성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이는 ‘동의보감’ 편찬 의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사람의 질병이 모두 섭생을 잘하지 못해 생기는 것이기에 수양이 최선이고 약물은 그 다음이라는 인식이다. 이에 ‘동의보감’은 질병에 앞서 건강과 수명을 위한 섭생부터 설명한다. ‘동의보감’ 108문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맨 앞에 놓았다. 또한 각 장에서도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데 필요한 섭생을 기술했다.
섭생은 체질과 환경 그리고 몸 상태에 맞추어 생활하는 것이다. 계절과 밤낮은 환경 요소 중에 가장 중요하다. 의식주의 근본 목적은 체질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함이다.
세부 내용은 방대하므로 이전의 칼럼 내용을 참조하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향후 ‘동의보감’을 소개하면서 틈틈이 보충하도록 하겠다.
무지는 죄악이다. 예전 선비들은 부모를 잘 봉양하기 위해 의학을 공부했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동의보감’이 필수 교양으로 자리 잡아 사대부 여성들도 이를 참조하여 가족의 건강을 지켰다. 조선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도 무수히 인쇄되어 배포된 동아시아 대표 의학 교과서였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하며 이를 위해 올바른 건강 및 의학 상식을 갖추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