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와 안보분야에 끼칠 영향을 철저히 계산하고 대비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연일 상대에 대한 공격과 보복성 폭격을 주고 받으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양국이 군사 시설만이 아닌 민간인 거주지까지 무차별 폭격해 양측 인명 피해가 커지면서 보복전의 수렁에 빠진 상태다.

최근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습을 주고받고 있다. 

그동안 양측은 심야나 이른 오전과 같은 취약 시간대에 상대방을 공격했지만 교전 사흘째부터는 낮에도 과감히 공격을 감행하는 양상이다. 

15일(현지시간) 테헤란 경찰청이 이스라엘로부터 공습받았으며 정보부 관련 건물도 표적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외무부 건물도 공격을 받아 외교관과 민간인 등 여러 명이 다쳤다고 전해졌다. 

테헤란 공습 직후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 주요 도시를 겨냥한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계는 이번 중동발 분쟁의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각국의 노력에도 미국이 사실상 수수방관하면서 중재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난 15일(현재시간) 오만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도 취소되면서 마지막 기대마저 사라졌다. 

현재 세계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국 관세 정책 여파로 고통받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이스라엘·이란 분쟁의 격화는 '설상가상'격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이란 내 휘발유 저장고, 남부 해역의 가스전 등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하는 중이다. 

이란 에너지 수입원에 타격을 주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정학적 여건으로 전 세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지대하다. 

당장 이스라엘의 공습 소식에 국제 유가가 단숨에 10% 가까이 급등했다.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이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첫 공습이 있었던 지난 13일 7%대 급등세를 나타내며 3년 만에 하루 최대 상승폭을 기록, 각각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가뜩이나 복합위기에 직면해 저성장 국면에 놓인 우리 경제가 입을 타격은 더욱 막대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하고 원유 중 중동산 비중이 70%를 넘는다.

중동 위기 확산은 교역 위축과 고물가를 야기해 수출·내수의 동반 침체를 가져온다.

금리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투입으로 경기를 살리려는 우리 정부에 이같은 고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인플레 압박이 커지면서 가까스로 붙들고 있던 물가상승률도 흔들리게 된다.

코스피지수도 3년 반 만에 드디어 2900선을 돌파하는가 싶더니 이스라엘의 공습 소식에 다시 2900선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급등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도 뒤따를 것이 자명하다. 

과도하게 불안을 키우는 것은 우리 경제 회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전개와 파장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는 있다.

우리 금융시장과 수출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꼼꼼히 점검하면서 리스크 확산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 

원유 등 에너지 공급망 점검, 수입선 다변화 등 대체 방안 마련도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경제에 크나큰 악몽으로 작용할 수 있는 중동발 파장을 조금이라도 희석하려면 철저한 준비밖에 없다. 
/충청일보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