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김예슬 선치과병원 치주과 전문의
임플란트를 식립한 후 시간이 꽤 흘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잇몸이 붓고 피가 나기 시작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이상 없어 보여도, 내부에서는 이미 염증이 진행 중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환자들은 심한 고름과 통증까지 겪은 끝에 임플란트를 제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임플란트는 인공치근을 뼈에 식립한 뒤 그 위에 기둥과 보철물을 결합해 치아 기능을 대신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물질인 만큼, 관리에 소홀하면 쉽게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임플란트 주위 질환'으로, 점막에만 염증이 있는 '임플란트 주위 점막염'과 뼈까지 침범하는 '임플란트 주위염'으로 나뉜다.
점막염은 비교적 가벼운 단계지만, 이를 방치하면 뼈가 파괴되는 주위염으로 진행된다. 뼈가 녹기 시작하면 임플란트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어 결국 발치로 이어질 수 있다.
초기 증상은 자연치아의 잇몸병과 유사하다. 칫솔질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고, 입 냄새가 나며, 경우에 따라 고름이 생기기도 한다. 임플란트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 환자도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조용히 일어난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잇몸 민감성으로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하지만 임플란트는 자연치아와 달리 치주인대가 없기 때문에 염증이 주변 뼈로 확산되기 더 용이하다.
그렇다면 이런 염증은 왜 생길까. 가장 큰 원인은 치태와 세균이다. 임플란트 주변은 구조상 세균이 잘 달라붙고 칫솔이 닿기 어려운 부위가 많다. 여기에 흡연이나 당뇨 같은 전신 질환, 잘못된 식립 위치, 과도한 저작력, 이갈이나 이를 악무는 습관까지 겹치면 염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예방을 위해선 정기적인 관리가 필수다. 일반적으로 6개월마다 치과에 내원해 스케일링과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임플란트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치태와 치석은 임플란트에도 쌓이고, 자연치보다 염증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치간칫솔, 치실 등 보조 기구로 꼼꼼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치주질환이 원인이 돼 임플란트를 한 경우라면, 3~4개월에 한 번 더 자주 내원해 관리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플란트는 통증이 없어도 문제가 생기고 있을 수 있다. 조용히 진행되다 어느 날 갑자기 심각한 상태로 드러나기 때문에, 자각 증상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오늘 거울 앞에 서서 임플란트 주변 잇몸을 유심히 살펴보자. 붓기, 출혈, 냄새, 이물감이 있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늦지 않다. 임플란트는 심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