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발로 뛰며 성금 전달…지역 경계 넘은 연대
대전 대원 16명 피해 현장 찾아 복구 지원 방안 논의
'상생 방재' 의지 확인…현장서 실천한 시민 책임
도움을 건넨 건 손이지만, 전달한 건 마음

▲ 대전의용소방대연합회, 산청 산불 피해 복구 격려금 전달식 장면
▲ 대전의용소방대연합회, 산청 산불 피해 복구 격려금 전달식 장면

재난이 지역을 가리지 않듯, 그 회복도 누군가의 몫에만 맡길 수 없다는 연대의 철학이 현장에서 실천으로 이어졌다. 

대전의용소방대연합회가 대형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경상남도 산청을 직접 찾아 이재민들에게 위로 성금을 전달하며, 재난을 넘어선 사람 간 연결의 의미를 다시 써냈다.

21일, 대전의용소방대연합회 소속 대원 16명이 산청소방서를 방문해 성금 전달식을 진행했다. 이번 성금은 산불 피해 복구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취지로, 대전 5개 구의 의용소방대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기금이다. 같은 구조 활동을 하는 동료 시민으로서의 연대와 위로를 전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유해용 대전의용소방대연합회장은 "누군가의 삶터가 사라졌을 때, 함께 아파하고 손을 내미는 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라며 "이번 방문이 단발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역 간 상호협력의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전 의용소방대는 현장 대응뿐만 아니라 복구 이후의 삶까지 함께 걱정하는, 지속 가능한 재난 연대 체계를 만드는 데에도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산청소방서 관계자는 "아직도 산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이 시점에, 다른 지역의 대원들이 잊지 않고 직접 찾아와 주신 그 마음이 무엇보다 값지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이 메시지는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회복을 시작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고 깊은 감사를 전했다.

전달식에 이어 대전과 산청 의용소방대원들은 실제 산불 피해 현장을 함께 둘러보며, 현장 중심의 방재 협력 모델, 향후 광역 재난 발생 시 공동 대응 매뉴얼 구축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이번 현장 방문은 지원을 '이벤트'가 아닌 '일상적 책무'로 인식하는 대전의용소방대의 새로운 접근 방식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대전의 한 대원은 "도움을 주러 왔다기보다, 우리 모두가 같은 위험에 놓인 존재라는 걸 확인하러 온 것"이라며 "오늘의 연대가 다음 재난에서 더 나은 대응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의용소방대연합회는 앞으로도 전국 각지의 자연재해 대응과 복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사람을 중심에 둔 방재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방문은 보여주기식 위문이 아닌, 이웃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실천으로 응답한 '진짜 연대'의 사례로 남았다. 피해를 복구하는 힘은 제도보다 마음에서 비롯되고, 그 마음은 함께 걷는 발걸음으로 완성된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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