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임명옥 우송대학교 교수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5.18 민주화운동의 상황과 그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다 읽을 때까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어지럽게 맴도는 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잔인할 수가 있을까’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책에서 답을 찾았다. 총을 든 군인들 앞에서 아무 힘도 없다는 걸 알지만, 무력의 위협보다 더 강하게 인간을 압도하는 것을 ‘양심’이라고 했다. 필자는 그 양심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인간이 어떻게 그리 잔인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생각해 보니 답이 그리 간단하지 않을뿐더러 답을 찾는다 하더라도 그 답이 무고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차라리 동호와 남겨진 사람들이 끝까지 놓지 않았던 ‘양심’을 배우는 것이 옳았다.

그래서 16살 어린 동호의 ‘양심’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려 한다. 동호는 친구 ‘정대’와 시위에 나갔다가 인파에 밀려 정대의 손을 놓쳤다. 멀리서 정대가 총에 맞는 것을 봤지만 정대에게 갈 수가 없었다. 쫓아 나가려는 동호를 붙잡고 지금 나가면 죽는다고 만류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정대를 쫓아가지 못한 게 동호 마음에 철컥 걸렸다. 그래서 친구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살아 있기를 바라고 바라는 마음으로 시신이 안치되고 있는 장소를 떠나지 못한다.

집으로 가자고 붙잡는 엄마의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내면서 조금만 더 있다 가겠다는 동호의 마음은 ‘양심’이다. 그 양심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이 아니다. 친구를 찾지 않고서는, 친구가 어찌 되었는지 모르고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순전히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이다. 동호 엄마도 동호의 그런 마음을 알기에 엄마의 손가락을 떼어내는 아들의 손가락을 다시 움켜잡지 못하고 ‘오늘 밤에는 꼭 집에 오라’는 애원만 했을 것이다.

그런 동호가 어처구니없게 죽었다. 아들을 끌고서라도 집으로 데려가지 못한 엄마는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길거리 먼지 가득한 풀을 닥치는 대로 움켜 뜯어 토할 때까지 입 속으로 밀어 넣는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양심’이라 하더라도 양심의 끝이 이렇게 애통하다면, 양심을 찾으라고 목청을 높이기는 어려울 거 같다. 그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양심이라고 조용히, 단호하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양심을 찾고 안 찾고는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찾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기를 바란다.

그러고 보니, 맹자가 잃어버린 마음, ‘방심(放心)’을 찾으라고 했다. 맹자는 사람이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찾느라 정신이 없으면서, 잃어버린 마음을 찾을 줄 모르는 세태를 한탄했었다. 또 학문의 길은 다른 것이 아니고 그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이라고도 했다. 기원전부터 한 말인 걸 보면 인간은 선한 마음을 잃어버리기는 쉽고 찾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필자는 인류를 위한 투자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고, 그 교육의 과정이 소년의 마음 ’양심’을 찾아가는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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