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이재훈 시인·건양대 교수

대전 테미오래라는 동네에 가면 ‘구구절절’이라는 독립서점이 있다. 열 명 정도 앉으면 꽉 들어차는 작은 서점이다. 이곳은 동네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한다. 책을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매주 시를 읽고, 소설을 읽고,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이 매주 펼쳐진다. 지역의 독립서점에서 이렇게 활발한 문화행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축복에 가깝다.

이곳에 재미있는 기획의 프로그램이 열렸다. ‘희곡 읽기 좋은 날’이라는 행사로 예비극작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다. 20대의 청년 예비작가들을 지원하고 창작을 독려하는 프로그램이다. 선발된 20대의 청년작가들은 3개월 동안 문학에 대한 수업을 듣고, 단막극 한 편을 창작하여 낭독회를 하고 최종 결과물을 제출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돈을 내고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매월 70만원씩 창작지원금을 받으며 수업을 듣는다.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후원하고 극단 상상두목이 주최가 되어 운영하고 있다. 책방 구구절절은 충청권의 거점운영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전국에 모인 작품들 중에서 최종 우수작품은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화되고 극작가로 데뷔하게 된다. 필자는 그곳에서 멘토 작가로 참여하여 다섯 명의 청년작가들과 만났다. 그들과의 만남은 문학적 에너지를 얻는 충만한 시간이었다.

청년들의 창작의욕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나고 보면 내 주변에도 많은 멘토들이 있었다. 함께 글쓰는 문우들과 선배들과 선생님들과 텍스트로 본 수많은 작가들이 지금의 나로 성장시켰다.

지금 시대에 청년들이 글을 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글을 쓰는 것은 금방 결과물이 나오는 작업이 아니며 다가올 미래를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글을 써서 문명을 날리고, 많은 돈을 벌고, 수많은 독자들이 생기는 것은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행운이다.

작가로 살아가는 것은 이런 불명확한 미래의 두려움과 싸우는 일일 수도 있다. 예비작가들은 자신과의 이 지난한 싸움을 버텨내야만 작가로 성장할 수가 있다. 경쟁과 자본의 사회에서 글을 쓰며 산다는 것은 지금 이 사회의 생존 구조에 대해 저항하겠다는 말과도 같다.

하지만 청년작가의 미래를 스스로에게만 책임 지우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작가의 길을 선택한 자에 대한 격려와 확신을 경험하고, 여러 기회와 결과들을 경험하며 축적된 자존감이 작가의 길을 가게 하는 동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작가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문화정책은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보유한 문화 강국이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에 글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보다는 글쓰는 삶이 행복하고 가슴 벅차 오른다는 것을. 작가가 사라져도 글은 오래도록 남아 도저하게 존재증명을 한다는 것을. 그것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고 가장 귀한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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