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노기섭 홍익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학과 교수

진주는 조개의 몸속에서 태어난다. 외부에서 들어온 아주 작은 이물질 하나, 그 상처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개는 아프고 불편한 그것을 밀어내는 대신, 조용히 감싸고 부드럽게 감싼다. 하루 이틀의 시간이 아닌, 수많은 날과 밤을 지나며, 자신이 가진 것을 정성껏 덧입힌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쌓이고 또 쌓인 끝에, 하나의 진주가 완성된다. 단단한 층과 아름다운 형태를 갖춘 그 순간, 세상은 그것을 보석이라 부른다.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뜻밖의 고통과 상처, 실패라는 이물질을 맞닥뜨리게 된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피하려 하고, 어떤 사람은 아예 무시한 채 덮어두려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상처를 자기 안으로 품어내고, 그것을 계기로 자신을 다듬기 시작한다. 아픔 위에 성찰을 쌓고, 인내 위에 노력을 더하며, 삶의 태도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그렇게 자신을 갈고닦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결국 내면에서 단단한 빛을 품게 되고, 어느 날 그는 마치 진주처럼 고운 결을 지닌 사람이 된다. 바로 스스로 ‘진주가 된 삶’의 완성이다.

하지만 진주가 아무리 어렵고 험한 과정을 거친 귀한 보석이라도, 그것을 소유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진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속담은 이 점을 정확히 드러낸다. 진주의 진정한 가치는 그 보석을 알아보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 의해 완성된다. 아무리 값비싼 진주라도 그것을 함부로 대하고,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손에 들어간다면 진주는 그 의미를 잃고 만다. 결국 진주를 빛나게 하는 것은 진주 자체만이 아니라, 그것을 품은 사람의 눈과 마음이기도 하다. 진주가 되는 것도 매우 힘들고 긴 시간이지만, 그 진주가 만나는 주인도 중요한 사건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는다. 나는 진주가 되고 있는가, 아니면 진주를 귀히 품을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세상은 결코 평평하지 않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스스로를 보석으로 빚어가는 이들이 있다. 시련을 껴안고, 아픔을 덧입히며, 마침내 빛나는 존재가 되기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 보석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손에 들릴 때 비로소 완성되는 여정이기도 하다. 진주가 되지 못하더라도, 진주의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지켜줄 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반드시 필요하다.

진주는 스스로 만들어지지만, 누구의 손에 들리느냐에 따라 그 운명은 달라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떤 진주를 품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다. 사회는 진주 같은 사람들, 즉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며 아름다움을 품어낸 이들 덕분에 움직이고 성장한다. 동시에 진주들을 알아보고 귀하게 여기며 함께 빛낼 수 있는 이들이 많을수록 사회는 더 건강하고 따뜻해진다. 진주가 되는 것에는 개인의 성장이, 진주를 품는 것에는 공동체의 품격이 담겨 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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