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의장, 시의원들이 술자리를 함께한 사실이 드러났다.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추모 기간에, 그것도 추모 분위기 조성을 지시한 장본인들이 스스로 그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다.

김영환 충북지사와 김현기 청주시의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3명은 지난 12일 청주의 한 음식점에서 음주를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의 사진은 참석자에 의해 단체 채팅방에 공유됐고, 곧 지역사회에 퍼졌다. 술잔을 든 채 웃는 얼굴, 테이블 위에 놓인 소주병과 맥주병. 그 장면은 시민들의 기억 속에 또렷이 남은 오송 참사의 엄숙함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문제는 이들이 ‘추모 주간’을 스스로 선포했다는 점이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7월 7일부터 15일까지를 오송 참사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전 직원에게 추모 리본 착용과 음주 회식 자제를 지시했다. 도청 공무원은 지켰고, 시청 직원들도 따랐다. 그러나 그 책임자들은 예외였다.

김 지사 측은 “예정된 일정이었고 맥주 한두 잔 정도였다”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돔구장 건립 등 지역 현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다고도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시의원들 중 관련 상임위 소속은 한 명뿐이고, 모두 같은 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해명은 설득력을 잃는다.

공직자의 말과 행동은 상징이다. 오송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행정의 총체적 실패로 인한 재난이었다. 그 참사를 추모하겠다며 깃발을 들고는, 바로 그 그림자 아래에서 술잔을 들었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공감의 부재요, 공직 윤리의 실종이다.

유족들과 시민대책위는 즉각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정치적 비난이 아닌 인간적 상식의 외침이다. 충북의 지도자라면, 시민 앞에 먼저 머리 숙이는 것이 도리다. 그것이 책임이고, 그것이 공직자의 자격이다.

시민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술자리를 공개한 사진 한 장이 지워지지 않는 이유다. 이들의 술잔이 향한 곳이 어디였는지,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되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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