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얼마 전 인터넷매체를 통해 모 대학 소속의 학생이 기말고사를 마치고 시행되는 강의평가에서 모든 강의평가를 1분 만에 끝냈다고 했다. 객관식 문항은 내용을 읽지도 않고 최고 점수로 주었고, 주관식 문항은 아무런 답변도 쓰지 않았기 때문에 1분 만에 수강했던 모든 과목에 대한 강의평가를 끝낼 수 있었다. “익명 보장이 되는지 알지도 못하고, 점수를 좋지 않게 주면 추후 교수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것 같은 불안함에 솔직하게 쓰지 못했다”라고 했다.
강의평가는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1980년 후반에 도입돼 1990년 중반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도입 당시 찬반 논쟁이 있었으나,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 강의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또 다른 대학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강의평가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 학생은 48.6%를 차지했고, 그에 반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생은 14.8%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강의평가 결과가 다음 학기 수업에 잘 반영되는지를 묻는 말에는 긍정적인 답변이 11.3%, 부정적인 답변이 48.6%를 나타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생 중 일부는 '바뀌지 않는 교수는 끝까지 바뀌지 않는다'라며 강의평가가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한편 교수들도 강의평가에 불합리한 면이 많이 있음을 주장한다. 그중 하나는 학생들이 평가 때 객관적으로 피드백을 주지 않고 감정을 실은 무차별한 인신공격을 한다는 것이다. 하위권의 성적을 받거나 개인적으로 원한이 있는 학생들이 강의평가 때 심한 악평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학생에 의한 강의평가는 일치성과 안정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비교적 만족할 만한 수준의 신뢰도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연구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는데, 강의를 잘하는 강사와 그렇지 못한 강사를 가려내는 데 있어서 보통 학생들과 사전에 훈련받은 관찰자 간에 어느 정도 일치하는가를 알아보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평가한 결과와 훈련받은 관찰자가 평가한 것 사이에 매우 높은 일치도가 있었다.
예컨대, 훈련받은 관찰자가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한 강사를 학생들도 역시 가장 훌륭한 강사로 평가하였으며, 가장 잘 가르치지 못하는 강사를 찾아내는 데도 훈련받은 관찰자와 학생들 간에 완전일치를 보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연구 결과에 비추어 볼 때, 학생들에 의한 강의평가는 상당한 신뢰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강의평가가 완전히 객관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어느 정도 노력한 만큼은 반영된다. 일부 학생들이 무신경하게 평가할 수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객관적인 수치가 나온다. 학생들이 교수들의 강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제자들을 믿고 당당하게 평가를 받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