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김재훈 대전선병원 척추센터 전문의

허리 통증이 일상이 된 이들이 병원을 찾았을 때, 상당수가 진단받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다.

고령층에 흔하던 이 질환이 최근에는 40~50대는 물론, 30대 직장인에게도 늘고 있다. 장시간의 앉은 자세, 디지털 기기 과다 사용, 운동 부족 등 현대인의 생활환경이 척추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척추관협착증은 말 그대로 척수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내부 신경을 압박해 통증과 다양한 신경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주된 원인은 퇴행성 변화다. 디스크가 돌출되거나, 관절이 비대해지고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척추관이 좁아진다.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피로나 근육통 정도로 오인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대표적인 증상은 다리 저림과 통증이다. 엉치나 허벅지, 종아리, 발까지 이어지는 신경경로를 따라 통증이 발생하며, 특히 오래 걷다가 다리가 아파 쉬어야 하는 '간헐적 파행'이 특징적이다. 앉거나 몸을 숙이면 통증이 다소 완화되는 것도 이 질환의 주요 징후다. 일부 환자에게는 감각 저하, 다리 힘 빠짐, 대소변 장애까지 나타나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영상검사에서 보이는 협착 정도와 증상의 강도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통증의 양상은 신경 압박 부위, 염증, 근육 상태, 자세, 심리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MRI 등 영상진단뿐 아니라, 환자의 증상과 생활 기능을 함께 고려해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치료는 크게 비수술적 접근과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증상이 경미할 경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도수치료, 신경차단술 등이 우선 시행된다. 통증 조절이 가능하고 보행 기능이 유지된다면 수술 없이도 관리가 가능하다. 반면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거나 신경 마비 증상, 대소변 장애 등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될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압박된 신경을 풀어주는 감압술이 기본이며, 불안정성이 동반된 경우 척추유합술이 병행된다. 척추관협착증은 모든 환자에게 수술이 필요한 질환이 아니며, 증상의 정도와 일상 기능에 따라 단계적인 치료 접근이 가능하다.

척추는 하루하루의 삶을 지탱하는 핵심 구조다. 통증을 참다 방치하지 말고, 증상이 나타난다면 조기에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삶의 질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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