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김재국 문학평론가·에코 색소폰 대표
30년 넘게 교직에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쳐왔다. 그러다 퇴직 후 본격적으로 음악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문학과 음악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삶의 두 축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 둘은 언제나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요즘은 아침 9시에 음악실로 출근해 저녁 7시에 퇴근하는 날들이 이어지니, 지금의 삶은 분명 ‘음악적 삶’이다. 비록 방식은 다르지만, 여전히 예술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본질은 그대로다. 가르침의 대상이 바뀌었을 뿐, 여전히 예술 안에서 고민하고 성장하고 있다.
문학은 인간의 생각, 감정, 경험, 상상 등을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로,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감동을 주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반면 음악은 리듬, 멜로디, 화성, 음색 등 소리의 요소로 감정을 전달한다. 문학이 언어로 감정을 표현한다면, 음악은 비언어적 방식으로 감성을 자극한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둘 모두 인간의 내면을 탐색하고 감동을 주며,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학은 문장과 은유, 이야기로 감정을 자극하고, 음악은 선율과 리듬으로 마음에 울림을 준다. 이로써 우리를 위로하고, 성찰하게 하며, 때로는 행동하게 만든다.
문학이 음악에, 음악이 문학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 고전 문학 속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서사의 일부분이고, 슈베르트의 가곡은 괴테, 하이네 등의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최근의 뮤지션들 또한 문학적 감성을 음악에 녹여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들은 정제된 언어와 정서를 음악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예술은 이렇게 서로를 자극하며 더욱 풍성해진다.
문학과 음악은 시대정신을 담는다. ‘독립, 통일, 민주’ 같은 단어로 진실을 전하는 예술이기도 하다. 오늘날엔 두 장르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오디오북, 뮤지컬, OST 등에서 문학적 텍스트와 음악이 자연스럽게 섞이며, 청취자와 독자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문학이 귀로 들리고, 음악이 눈으로 읽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최근에는 AI가 시 한 편으로 노래 한 곡을 작곡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이는 문학과 음악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창작 방식을 열어간다. 텍스트의 감정을 분석해 조성, 리듬, 악기를 구성하고, 창작 과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비전문가도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다만, 기술적 완성도에 비해 감성적 깊이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인간의 감정과 서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다.
한 문장이 인생의 나침반이 되기도 하고, 한 곡의 노래가 삶을 바꾸기도 한다. 문학과 음악은 시나브로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무미건조한 삶을 아름답고 의미 있게 변화시킨다. 우리가 고단할 때 한 권의 책과 한 줄의 멜로디는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그것은 단순한 예술이 아닌, 감정의 기록이자 공감의 매개이며,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치유의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