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공기관 최초 호라이즌 유럽 과제 최종 선정
디지털트윈·AI 기반 에너지관리 시스템 개발 주도
부산 에코델타시티 스마트빌리지서 3년간 실증
건물 전력 생산·저장·공유로 에너지 자립 모델 제시
도시의 에너지 패러다임이 소비 중심에서 생산·공유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가 유럽연합의 대표 연구 플랫폼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의 탄소중립 분야 국제 과제에 국내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참여하며 글로벌 기술 협력의 선두에 섰다.
호라이즌 유럽은 기후 위기, 에너지 전환, 스마트시티 구축 등 전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이 참여하는 유럽연합의 핵심 연구·혁신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선정된 과제는 '건축 환경에서의 청정에너지 통합'을 목표로, 건물이 전기를 사용하는 공간에서 탈피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하며, 잉여 전력을 주변과 공유하는 에너지 자립형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전력 피크 시간대의 부담을 줄이고, 국가 전력망 안정성과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과제는 지난 2024년 11월 한국수자원공사가 사전 제안서를 제출한 후 심사를 거쳐 올해 7월 최종 선정됐다. 유럽에서는 덴마크 남덴마크대학교, 스웨덴 왕립공과대학교, 포르투갈 포르투폴리텍, 이탈리아 토리노공과대학교 등 에너지 분야 유수 대학들이 참여하며, 국내에서는 동아대학교가 협력기관으로 함께한다.
오는 2026년부터 3년간 본격 진행되는 이 연구에서 공사는 디지털트윈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건물 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개발하고 실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BEMS는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해 자동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공사가 물관리 인프라에 구축해 온 디지털 기술을 도시 건물과 에너지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데 의미가 있다. 에너지 흐름을 가상공간에서 구현해 사전 시뮬레이션하고, AI가 전력 생산과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최적 운용을 판단·제어한다.
기술 실증은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내 '스마트빌리지'에서 이뤄진다. 이곳은 축구장 3배 면적(2만1035㎡)의 친환경 스마트 주거단지로, 공사가 조성해 2021년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태양광 발전, ESS(에너지 저장장치), 스마트 누수감지 시스템 등 다양한 에너지 기술이 적용된 이 마을은 현재 입주민의 실제 생활 속에서 첨단 기술을 검증하는 리빙랩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사 안정호 그린인프라부문장은 "도시는 더 이상 에너지를 소비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생산하고 효율적으로 나누는 새로운 생태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번 국제 공동연구를 계기로 탄소중립 도시 모델 구축과 지속 가능한 도시환경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당진, 보령, 제주, 서울 노원 등 국내 주요 지역의 탄소중립 선도도시 기본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있으며, 국제표준 개발과 온실가스 감축 연구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이번 유럽연합 연계 과제를 통해 기술적 신뢰성과 글로벌 협업 역량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미래형 에너지 자립도시 실현에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