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백주열  대전선병원 심장혈관센터전문의

심장이 규칙을 잃고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은 대표적인 부정맥 질환으로, 해마다 치료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의료진도 새로운 기법에 끊임없이 적응해야 할 만큼 변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으며, 환자 역시 다양한 치료법 속에서 적합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대다.

심방세동은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40~50대에서도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병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진단이 늦어질 경우 뇌졸중 위험을 5배 이상 높여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

 

치료의 핵심은 문제를 일으키는 전기 신호를 심장에서 차단하거나 제거하는 데 있다. 전통적으로 사용돼온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은 열을 이용해 이상 전기신호 발생 부위를 절제하는 방식으로, 급성 및 만성 심방세동 모두에 널리 쓰인다. 다만 시술 시간이 길고, 열로 인한 조직 손상 우려가 있다.

2018년부터는 냉각 기법을 활용한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이 도입돼 한층 발전된 방식이 주목받았다. 특수 풍선을 폐정맥 입구에 삽입해, 영하 80~90도로 급속 냉각시켜 전기신호 통로를 차단한다. 시술 시간이 짧고 부작용이 적다.

최근에는 펄스 장 절제술이 도입돼 새로운 치료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열이나 냉기 대신 고전압 전기 펄스를 활용해 심근세포에만 미세한 구멍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시술 시간도 기존보다 20~40% 단축됐고 식도나 신경 등 장기 손상 위험도 낮다.

다만 이런 첨단 시술이 약물 치료보다 반드시 우수하다고는 할 수 없다. 약물 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재발성인 경우에만 시술이 권장되며,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이나 펄스 장 절제술은 초기 심방세동 환자에게만 적합하다.

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고주파와 펄스 장 절제술을 병행하는 '이중 에너지 치료법(dual energy)'이 연구 중이며, 다양한 유형의 환자에게 보다 폭넓은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치료법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선택하기보다는 치료의 특성과 환자 상태에 따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심방세동이 무증상일지라도 결코 방치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조기 진단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최선의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건강한 미래를 위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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