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단일 건물 수열에너지 착공…7000RT 공급
롯데월드 이어 코엑스…강남·송파 수열벨트 본격화
도심 속 원자력 1기 효과…에너지 전환 현실화
RE100 실현 현실적 해법…한강변 대체에너지 허브 육성

▲ 수열에너지가 공급되거나 공급 예정인 한강 주변 건물들의 모습. 무역센터의 경우, 하루 최대 12만5000t 가량의 물을 건물 내에 공급했다 회수함으로써 수열을 공급한다
▲ 수열에너지가 공급되거나 공급 예정인 한강 주변 건물들의 모습. 무역센터의 경우, 하루 최대 12만5000t 가량의 물을 건물 내에 공급했다 회수함으로써 수열을 공급한다

서울의 중심 상업지대가 물의 힘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도심으로 변모한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수열에너지를 기반으로 서울 무역센터 일대를 대규모 에너지 절감 지구로 바꾸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 사업은 트레이드타워, 코엑스, 아셈타워에 걸쳐 모두 7000RT(냉동톤) 용량의 수열 냉방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으로, 이는 에어컨 약 7000대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단일 건물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무역센터 수열에너지 사업 착공식. 사진 오른쪽 네 번째부터 윤석대 사장, 윤진식 회장
▲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무역센터 수열에너지 사업 착공식. 사진 오른쪽 네 번째부터 윤석대 사장, 윤진식 회장

수열에너지는 여름에는 대기보다 낮고, 겨울에는 높은 수온의 온도차를 활용해 냉난방에 사용하는 고효율 친환경 에너지다.

냉각탑과 실외기가 필요 없어 화재 위험, 소음, 열섬현상을 줄일 수 있으며, 송전선로를 새로 설치하지 않아도 기존 광역 상수도관을 통해 열원 공급이 가능하다.

즉 전력을 쓰지 않고도 물이 가진 온도로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물 기반 에너지 솔루션'이다.

▲ 무역센터 히트펌프
▲ 무역센터 히트펌프

이번 무역센터 사업은 국내 상업시설 중 최대 규모로, 2014년 롯데월드타워에 도입된 3000RT 수열시스템의 두 배를 웃돈다. 당시 공사는 롯데월드타워에서 에너지 소비량 32.6% 절감이라는 실증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강남·송파 일대에 수열 에너지 인프라를 연결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잠실운동장 등 대형 시설에도 순차 적용해 1만8660RT 규모의 수열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처럼 수열망이 확장되면,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수도권의 여름철 전력 피크 문제도 상당히 해소될 전망이다.

K-water에 따르면 국내 수열에너지 잠재량은 약 284만RT, 발전량 기준으로 약 10GW에 이른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용화된 수열은 약 4만3000RT에 불과해, 전체의 1.5% 수준이다.

▲ 무역센터 히트펌프
▲ 무역센터 히트펌프

환경부와의 정책 공조를 통해 2030년까지 28만4000RT 공급 목표를 세웠으며, 이는 연간 450GWh를 대체해 원전 1기 또는 시화조력발전소 발전량과 맞먹는 수준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윤석대 K-water 사장은 "기후위기 시대, 도시는 단지 소비의 공간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의 실험장이 돼야 한다"며 "이번 무역센터 사업은 단발성 사업이 아닌,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에너지 자립도시로 가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열은 현장 적용이 가능한 재생에너지이며, 도시와 산업계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솔루션"이라며 "정부와 함께 수열 기반의 '녹색 에너지 고속도로'를 확장해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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