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단일 건물 수열에너지 착공…7000RT 공급
롯데월드 이어 코엑스…강남·송파 수열벨트 본격화
도심 속 원자력 1기 효과…에너지 전환 현실화
RE100 실현 현실적 해법…한강변 대체에너지 허브 육성
서울의 중심 상업지대가 물의 힘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도심으로 변모한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수열에너지를 기반으로 서울 무역센터 일대를 대규모 에너지 절감 지구로 바꾸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 사업은 트레이드타워, 코엑스, 아셈타워에 걸쳐 모두 7000RT(냉동톤) 용량의 수열 냉방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으로, 이는 에어컨 약 7000대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단일 건물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수열에너지는 여름에는 대기보다 낮고, 겨울에는 높은 수온의 온도차를 활용해 냉난방에 사용하는 고효율 친환경 에너지다.
냉각탑과 실외기가 필요 없어 화재 위험, 소음, 열섬현상을 줄일 수 있으며, 송전선로를 새로 설치하지 않아도 기존 광역 상수도관을 통해 열원 공급이 가능하다.
즉 전력을 쓰지 않고도 물이 가진 온도로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물 기반 에너지 솔루션'이다.
이번 무역센터 사업은 국내 상업시설 중 최대 규모로, 2014년 롯데월드타워에 도입된 3000RT 수열시스템의 두 배를 웃돈다. 당시 공사는 롯데월드타워에서 에너지 소비량 32.6% 절감이라는 실증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강남·송파 일대에 수열 에너지 인프라를 연결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잠실운동장 등 대형 시설에도 순차 적용해 1만8660RT 규모의 수열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처럼 수열망이 확장되면,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수도권의 여름철 전력 피크 문제도 상당히 해소될 전망이다.
K-water에 따르면 국내 수열에너지 잠재량은 약 284만RT, 발전량 기준으로 약 10GW에 이른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용화된 수열은 약 4만3000RT에 불과해, 전체의 1.5% 수준이다.
환경부와의 정책 공조를 통해 2030년까지 28만4000RT 공급 목표를 세웠으며, 이는 연간 450GWh를 대체해 원전 1기 또는 시화조력발전소 발전량과 맞먹는 수준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윤석대 K-water 사장은 "기후위기 시대, 도시는 단지 소비의 공간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의 실험장이 돼야 한다"며 "이번 무역센터 사업은 단발성 사업이 아닌,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에너지 자립도시로 가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열은 현장 적용이 가능한 재생에너지이며, 도시와 산업계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솔루션"이라며 "정부와 함께 수열 기반의 '녹색 에너지 고속도로'를 확장해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