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정착한 탈북민들, 후배를 품다"
산청 수해 현장에 전달된 희망의 손길
자립형 탈북민 봉사단체, 나눔 실천 앞장
자립봉사단, 수해 가정에 성금·생필품 지원
수혜자가 아닌 '나눔의 주체'가 된 탈북민들이 경남 산청 일대를 찾아, 수해 피해를 입은 후배 탈북민 가정과 다문화 가정에 직접 생필품과 성금을 전달하며 복구를 위한 연대 활동에 나섰다.
지난 3일, 탈북민 봉사단체인 '전국탈북민봉사단체연합'(상임대표 이영철)은 국제로타리 3721지구 울산자유로타리클럽, 부산서구장애인협회와 성금 400만원, 생필품 등을 함께 마련해 경남 산청군 일대 귀농창업 탈북민 가구 4곳과 다문화 가구 1곳을 지원했다.
현장에서는 △수해 복구 성금 △긴급 생필품 키트가 전달됐고, 봉사자들은 일손을 돕는 활동까지 함께하며 말뿐 아닌 실천의 연대를 보여줬다.
이번 활동은 "탈북민이 수혜자가 아닌 자립형 시민으로 나서는 사회 환원 활동"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실제 이날 봉사에는 (사)부산새삶인협회 이장열 대표, (사)남북공동체협의회 고미화 대표, 경북탈북민연합회 윤광남 대표, 울산자유로타리클럽 탈북민 석주은 대표, (사) 미래를위한사랑나눔협회 이영철 대표, (사) 미래를위한사랑나눔협회 대구지부 최혜성 지부장, ㈜ 원코리아미디컴 허영철 대표, 포항 탈북민 연합회 회장, (사) 통일을 위한 환경과인권 단체와 소속 탈북민 단체 등 10여 개 기관과 단체가 연대해 참여했다.
참여자 다수는 자영업자, 창업가 등으로 성장한 탈북민들이며, 각자의 사업 수익을 기반으로 자발적 성금과 물품을 마련해 활동에 나선 것이다.
정착 30년을 넘긴 탈북민 창업자들은 "우리가 받은 따뜻한 관심을 이제는 나누는 것으로 되돌려드리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고, 일부는 "후배 탈북민들에게 용기를 전하고 싶어 참여했다"며 세대를 넘는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국제로타리 3721지구 울산자유로타리클럽 김종섭 회장은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뿌리내린 분들이,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건네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며 "우리 로타리클럽 역시 인도주의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서구장애인협회 김양서 대표는 "탈북민과 장애인 단체가 손잡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지역 기반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산청에서 귀농 창업 중인 탈북민 A씨는 "수해로 창고와 농기구가 잠기면서 막막했는데, 예상치 못한 손길이 찾아와 다시 시작할 용기가 생겼다"며 "고향 사람들, 그리고 한국 사회가 우리를 이렇게 안아주는구나 싶어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함께 지원을 받은 다문화가정 B씨는 "정착하는 것도 버거웠는데 이번 피해까지 겹쳐 마음이 무너졌었다"며 "말보다 먼저 와준 이분들의 따뜻한 표정이 제 아이에게도 희망을 보여줬다. 저희도 언젠가 꼭 이 마음을 다른 분께 돌려주고 싶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전국탈북민봉사단체연합 이영철 상임대표는 "봉사 참여자들이 올해 여름휴가는 수해 현장에서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지만, 이보다 더 값진 보람은 없었다"며 "3만5000여 명 탈북민이 대한민국의 품 안에서 이렇게 자립하고, 다시 사회에 손을 내미는 존재가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감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젠가 통일의 날,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오늘 우리가 받은 이 사랑을 북한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에 발족된 전국탈북민봉사단체연합은 전국 12개 지역에서 차상위 탈북민 가구, 위기가구, 지역 노인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나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 단체는 전국 탈북민 자립봉사조직의 연합체로, 각 지역의 탈북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자생형 단체들로 구성돼 있으며, '수혜자가 아닌 주체'로서 정착을 넘어 사회 환원에 나서는 새로운 탈북민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