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노기섭 홍익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학과

“2025년은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똑똑한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는 말이 있다. 과장된 표현일 수 있지만,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속도를 보면 이 발언이 결코 허황된 예측만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AI 분야는 ‘크기 경쟁’에 매달려 왔다. 파라미터 수를 늘리고, 학습 데이터를 확장하며, 컴퓨팅 자원을 아낌없이 투입해 모델을 키웠다.

과학자들은 모델이 커질수록 똑똑해진다는 양적 증가의 법칙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에 나타났다. 모델의 크기가 커질수록 추가 성능을 얻는 데 필요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초·중학교 시절에는 공부가 빠르게 늘지만,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학년 하나 진급할 때마다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과 같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도 성능 향상은 미미해지는 ‘수확 체감’의 벽에 부딪힌 것이다.

이러한 한계는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발했다. 이제는 단순히 ‘더 큰 모델’을 만드는 것보다, 현재까지 축적된 지식을 활용해 특정 응용 분야에 맞춘 특화 AI를 만드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이 퍼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 법률, 소프트웨어 개발 등 각 산업에 맞춰 적은 비용으로 세밀하게 학습한 AI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비교적 작은 투자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AI 에이전트가 있다.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목표를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분석하며, 여러 도구와 API를 호출해 실제 작업을 수행한다.

이러한 흐름을 글로벌 리서치사인 가트너사의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로 보면, AI 에이전트는 기술 성장 단계 중 마지막인 ‘생산성 안정기(Plateau of Productivity)’에 들어서는 시기다. 필자는 이 단계를 ‘고평원’ 시대라고 부르곤 한다. ‘고평원’에 오른 AI는 이미 일부 전문가나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소기업, 개인 창작자, 교육기관 등 사회 곳곳에서 AI를 업무와 생활에 통합하고 있다. 효율성이 높아지고, 생산성이 향상되며, 의사결정의 질이 개선된다. 기술이 생활 속 기반 인프라가 되는 순간이다. 신기술의 고평원 시대 진입에는 새로운 인류가 등장한다.

도대체 종잡을 수 없어 미지수로 표현한 X세대가 있었고, 디지털과 모바일로 무장한 Y세대는 새천년의 시작을 경험했다. MZ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세대다. 이제 등장하는 알파(A)세대는 ‘AI 없이 하루도 살지 않는 세대’로 정의될 수 있다. 이들은 태어난 이후 항상 AI를 학습, 창작, 소통의 도구로 자연스럽게 활용하며, 기술과 인간의 경계가 희미한 환경에서 성장한다.

크기 전쟁이 끝난 지금, 우리는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집중하고 각 세대는 서로 다른 강점을 AI와 결합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미래는 기술을 쓰는 사람의 상상력과 실행력에서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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