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실이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25조원 규모인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출 계약과 관련해 WEC에 지나치게 많은 양보를 제공하는 굴욕적 계약을 했다며 위법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협공하고 나선데 대해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송재봉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수원이 지난 1월 미국 원전 원천기술을 개발한 기업인 WEC와 글로벌 협약을 체결하면서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1기당 약 1조원규모의 물품과 용역을 구매하고, 기술 사용료(로열티) 2400억원을 지급하는 등의 계약 내용이 과도하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규명"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같은 날 강유정 대변인이 기자실 브리핑을 통해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진상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며 특히 "이 계약이 법적 근거와 절차를 준수했는지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 측은 "우리가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계약을 따냈으나, WEC가 한국이 원천기술을 도용했다고 체코 정부에 진정을 하는 등 클레임을 걸어 체코와 계약 체결이 진전되지 않았다"며 "지난 1월 WEC와 합의를 못했다면 체코 원전 사업은 무산됐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해명에 나섰다.
원천 기술 도용 여부를 명확히 가리자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그 사이에 원전 건설 사업은 다른 나라에게 넘어갈 상황이어서 WEC와 합의가 불가피했다는 것이 한수원의 설명이다.
이러한 여당과 대통령실이 한수원을 협공하는 양상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전임 정부의 공적에 흠집을 내기 위한 작전"으로 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1일 비대위 회의에서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의 합의는 체코 원전 수주뿐 아니라, K-원전의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 Win-Win 협상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돌연 이를 불공정 계약이라며, 정치적 선동을 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원자력 전문가 출신인 한수원 사장은 '감내하고도 이익을 남길만하다'라고 말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정상적으로 이뤄진 계약'이라고 밝혔다"며 "미국과의 중장기적인 원전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면, 결국 K-원전에 마이너스보다 플러스가 훨씬 더 큰 계약이 될 것으로 전망이 된다"고 반론을 폈다.
그러면서 "만약에 이 협약이 불리한 협약이라고 한다면 미국에 3500억달러 투자와 (미국 에너지) 1000억 구매에 자동차, 철강 관세 폭탄까지 간, 쓸개 다 내어준 이재명 정권의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을사늑약이라 해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정면으로 정부를 비판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는 지난해 7월 한수원이 체코의 1000MW(메가와트)급 5·6호기 국제입찰에서 프랑스 EDF,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세계적 원전 대기업들을 물리치고 따낸 사업으로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수주한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6년 만의 쾌거였다.
다크 호스 한국이 두코바니 원전을 쓸어가자 EDF는 유럽연합(EU)에 문제를 제기했고, WEC는 원천기술 도용 혐의로 한수원을 현지 법원에 제소하는 등 발목을 잡아 정식 계약이 차일피일 미뤄져왔다.
특히 미국 정부는 자국 기술이 포함된 원자력 관련 제품이나 기술을 제3국에 수출할 경우 반드시 미국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해놓고 있다. 바라카 원전 수주 때도 WEC가 이번과 비슷한 클레임을 걸어 원전 건설 관련 부품 공급을 제공한 바 있어 WEC를 도외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바라카 원전 수주 계약과 관련해서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이명박 정부가 UAE와 비밀협약을 했다고 주장해 외교 문제가 되자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UAE에 파견해 무마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한수원은 WEC와 미국에 합작 회사(JV·조인트벤처)를 만들어 미국 원전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5일 열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간 원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원전이 원전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 당당하게 진출하게 된 셈이다.
미국에서의 이런 현안이 예정돼 있는 상태에서 한수원의 WEC와 맺은 일종의 양해 협정을 여당과 대통령실이 주고 받으며 맹비난하고, '불법성 계약'으로 몰아가는 데 대해, 국민의힘 주변에서는 "탈원전을 고수해온 진보 정권이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떠오른 원전 건설 사업을 하루아침에 수용하는 모습이 어색하고, '한국 원전 르네상스'를 자신들의 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이중 플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이득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