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보다 치열했던 폭염 속에서 여름휴가철도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한여름의 더위를 피해 떠나는 여름휴가! 설레는 마음들은 같아도 그 풍경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휴가 인파가 북적이는 해변이나 고속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에어컨 아래에서 시원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거실과 먹거리가 가득한 휴대폰 속 배달 앱, 또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이 우리에게 새로운 피서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용하고 편리한 ‘집콕 바캉스’가 올여름 휴가의 풍속도로 자리 잡은 셈이다. 집에서 종일 뒹굴며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읽기도 하고, 새로운 일과 환경에 적응하느라 긴장 속에 움추렸던 마음을 풀어 보기도 하고, 정신없이 지나간 빼곡한 스케줄의 목록들에 쓴 웃음을 짓기도 했을 것이다.

이 기간만이라도 물질문명의 산물들을 멀찍이 두고 자유인이 될 순 없을까? 스마트폰도 멀찍이 두고, TV 화면도 끄고, 사람들과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진정 나에게로 떠나는 멋진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 같은 여름 휴가를 보내며 세상에 상처받고, 부대끼고, 아파하고, 외면했던 순간들을 조금씩 어루만지며 지워내고 새롭게 출발 할 수 있는 이 마음이야 말로 진정한 휴식과 휴가의 의미가 아닐까? 그래야 지난 시간과 고통 극복의 힘이 또 한 번 날개를 달고 비상 할 수 있는 우리 자신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확신해 본다.

여름 휴가를 보내며 수많은 기억들을 매만지면서 잊고 있었던 이들에게 마음으로 나마 안부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가장 완벽한 여름휴가를 보내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여름의 시간 속에 있다. 아름다움과 활기가 넘치는 다이나믹한 휴양지로 떠나는 것도 즐겁겠지만, 혼자만의 공간에서 ‘마음의 쉼’이 있는 책 한 권을 완독하는 것이 더 ‘나 다운’ 휴가가 아닐까?

그리고 휴가를 보내며 미래세대를 위해 외면 할 수 없는 또 하나의 현실이 있다. 바로 폭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다. 우리가 한 끼를 간편하게 해결 할수록 환경은 조용히 병들어 가고 있다. 쓰레기장에는 여름이 남기고 간 배달 용기, 스티로폼, 비닐 포장이 산처럼 쌓이고 있다.

‘휴식’은 인간의 몫이지만, 그 대가는 자연과 미래세대가 떠안아야 한다. 정부도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목표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 진정한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편리함이라는 말로 포장된 소비 습관은 어느새 정당한 권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고 그 끝에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일회용품 수거를 위한 제도가 마련됐지만, 그것을 실천하고 정착 시키는 건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과 인식에 달려 있다.

올 여름, 잠시의 편리함을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는가? 하루 몇 번씩 쌓여가는 택배 상자, 먹고 나면 재활용이 애매한 배달 용기, 마트에서 무심코 꺼낸 비닐 봉투까지… 우리 모두가 여름 휴가철에 남긴 흔적은 고스란히 환경의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외치고 있지만 쓰레기는 쌓여 가고, 지구는 처리 못한 폐기물로 생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여름휴가가 끝나고 남은 것이 휴식과 재충전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와 미래세대의 깨끗한 환경을 담보 잡고 있는 것이라면 과연 진짜 ‘휴식’ 이라 부를 수 있을까? 자연에게도 ‘휴가’를 줄 수 있는 여유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

이제 휴가는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진화되고 있다. ‘나다운 휴식, 나만의 휴가’로 내일의 비상을 꿈꾸고 미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그런 휴가가 진정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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