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
20세기 초, 에드윈 허블은 초대형 천체망원경을 통해 우주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관측했고 이에 근거하여 빅뱅설이 탄생했다.
약 137억 년 전, 우주가 매우 높은 온도와 밀도에서 대폭발을 일으켜 이후 온도가 점차 낮아지면서 물질이 생성되었고 팽창하는 우주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설로 보완되면서 과학계의 정설이 되었다. 21세기에 이르러 다중우주설 등 새로운 우주론이 제시되고 있으나 우주 발생에 관한 한 빅뱅설은 여전히 유효하다.
빅뱅설은 기독교 교리와 충돌하여 종교계와 갈등을 빚어 왔다. 진화설과 빅뱅설은 종교계의 금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크게 보았을 때 진화설과 빅뱅설은 모두 기독교 세계관을 기초로 하고 있다. 기독교는 구미 문화의 근원이므로 모든 소산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빅뱅 후 대동결을 향한 일련의 진행은 창조 후 종말로 나아가는 기독교 세계관과 일치한다. 종교계의 우려와는 달리 과학자 대부분이 신실한 신자인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빅뱅설은 현재까지의 발견을 바탕으로 모델링한 결과일 뿐 실제 우주 발생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서아시아에서 발생하여 구미 각국에 전파된 기독교 우주관과는 달리, 동아시아는 상이한 우주관을 가지고 있다. 혼돈 상태에서 우주가 발생했고 반복되는 소장(消長) 운동을 통해 영원히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인간의 탄생 또한 우주 발생을 본받아 동일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동의보감’에서는 ‘하늘의 형태는 건(乾)에서 나오니, 태역(太易) 태초(太初) 태시(太始) 태소(太素)가 있다. 태역은 기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이고, 태초는 기가 시작하는 것이며, 태시는 형(形)이 시작하는 것이며, 태소는 질(質)이 시작하는 것이다. 형기가 갖추어진 다음에 아(痾) 채(瘵) 병(病)이 생긴다. 사람은 태역으로부터 생기고 병은 태소로부터 생긴다’라 했다. 또한 ‘천지의 정기가 만물의 형(形)으로 되는데, 아버지의 정기가 혼이 되고 어머니의 정기가 백이 된다.’라 덧붙였다.
수태와 임신 그리고 출산을 통해 태어나는 생명을 하나의 우주 발생과 동일시했다. 이에 성품과 성질뿐만 아니라 수명과 운명도 상당 부분 결정된다고 보았다. ‘임신 기간이 306일에서 296일을 채운 아이는 모두 상급의 그릇이 되고, 286일에서 266일을 채운 아이는 모두 중급의 그릇이 되며, 256일에서 246일을 채운 아이는 하급의 그릇이 된다.’
자궁은 생육에 가장 좋은 환경이므로 임신 기간이 길수록 좋다. 임신 중 심신을 안정하고 생활의 법도를 지키며 음식을 담백하게 먹는 등 태교에 힘쓰면 건강하고 후덕한 아이가 태어나고 그렇지 않으면 여러 가지 태병에 시달린다. 불편한 증상은 한의사의 진료를 통해 신속히 다스려야 한다. 양약과는 달리 제대로 처방된 한약과 침은 부작용 없이 건강하고 총명한 아이가 태어나도록 돕는다.
2022년, 61%의 태아가 제왕절개로 태어났다고 한다. 이는 OECD 평균인 29%보다 두 배나 높은 수치다. 제왕절개는 산모의 건강뿐만 아니라 아이의 수명과 복덕을 갉아먹는다. 정상 분만을 권장하는 보건 정책이 시급하다. 불가피하게 제왕절개나 조산한 경우, 출산 직후부터 한의사의 진료를 받아 한약으로 정기를 돋워야 한다. 후천적으로나마 보충해야 건강하고 총명하게 성장할 수 있다. 수태와 임신 그리고 출산은 아이의 평생을 좌우하므로 가벼이 여기거나 경솔히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