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따라 올해 전국 15개 점포를 폐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충청권의 천안신방점과 대전문화점이 내년 5월까지 문을 닫고, 동청주점 역시 2026년 상반기 폐점이 예정돼 있다. 이는 단순히 한 유통업체의 구조조정을 넘어 지역 상권과 소비자, 소상공인, 그리고 근로자 전반에 미칠 파장이 결코 가볍지 않다.

홈플러스는 현재 전국 68개 임대 점포를 대상으로 임대료 인하 협상을 벌였으나 조정이 결렬된 15개 점포에 대해 순차 폐점을 결정했다. 임대료 협상 실패가 표면적인 이유지만 노조 측이 지적하듯 이는 단순한 임대계약 분쟁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이자 고용 불안과 노동권 침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부천상동점과 이달 대구 내당점의 사례에서 보듯 폐점은 곧 퇴사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번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전국 점포 수는 2027년까지 102개로 줄어든다.

지역의 경우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충청권은 이미 대형마트 간 과당 경쟁과 온라인 유통 확산으로 전통상권과 자영업자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 상황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대형마트들은 일정 부분 소비자들의 선택지이자 지역 상권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동청주점처럼 주거지역과 상권을 지탱해 온 거점 점포마저 사라진다면 인근 주민들은 대체 쇼핑 공간 부족으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입점 점주들의 고통은 더욱 크다. 본사의 일방적인 폐점 통보에, 향후 매장 이전과 인테리어, 인건비, 물류까지 모두 자비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공정한 계약 관계’라 보기 어렵다. 홈플러스 측은 원상복구 비용 면제를 내세우며 일정 부분 책임을 완화하려 하고 있으나,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기업의 회생과 경영 효율화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일정 부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과 상생하지 않는 구조조정은 결국 기업 스스로의 존립 기반을 갉아먹는 길이 될 수 있다. 홈플러스가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고민한다면 지역 소비자와 입점 점주, 근로자들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책임’ 이행에 먼저 나서야 한다. 법정관리 중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존중과 예고, 대안 마련은 기업의 기본 윤리이자 생존 전략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이 같은 폐점 사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특히 중소상공인 보호, 대체 상권 확보, 고용 전환 지원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 지역을 외면한 유통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결국 지역경제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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