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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각이 지났음에도 출근하지 않는 직원에게 연락했더니 오늘 출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연차 처리해달라고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직원 입장에서는 연차 사용은 본인의 권리이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회사 입장에서는 당일 아침에 갑자기 연차를 사용하겠다고 하는 상황이 무척 난감할 수 있다.
연차청구권이 근로자의 권리이니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을까? 회사는 근로자의 연차청구를 무조건 들어주어야 할까? 이 문제는 연차휴가에 대한 근로자의 시기지정권과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의 문제인데, 최근 이와 관련하여 참고할만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기에 해당 판례에 대한 소개와 함께 연차휴가 시기지정권과 시기변경권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연차휴가 시기지정권과 시기변경권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은 연차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근로자가 자신의 연차휴가 사용일을 지정할 수 있는 권리를 시기지정권이라고 한다. 따라서, 연차휴가는 근로자가 본인의 필요에 따라 사용시기를 지정하면 회사는 원칙적으로 그날 휴가를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 근로기준법 제110조).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단서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회사의 시기변경권을 인정하고 있다. 즉, 원칙적으로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어야 하지만 그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면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시기변경권 행사 요건)
그렇다면 회사가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최근 대법원은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과 성격,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의 예상 근무인원과 업무량, 근로자의 휴가 청구 시점, 대체근로자 확보의 필요성 및 그 확보에 필요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5.7.17. 선고 2021도11886 판결). 이 판례의 사안은 시내버스 회사의 사례였는데, 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의 단체협약에 ‘연차유급휴가는 휴가일 3일 전에 신청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고, 버스기사인 근로자가 규정을 지키지 않고 휴가를 신청하자 회사가 휴가를 부여하지 않아 대표이사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안이었다.
에 대해 대법원은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같이 운영의 정시성이 중요한 사업과 관련해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의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을 정하고 있는데도 근로자가 불가피한 사유 없이 그 기한을 준수하지 않고 휴가를 청구하는 것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사용자가 지정된 휴가 시기까지 대체근로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발생시켜 그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근로자의 담당 업무의 내용과 성격,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의 예상 근무인원과 업무량, 근로자의 휴가 청구 시점, 대체근로자 확보의 필요성 및 그 확보에 필요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되 해당 사업의 특성까지 고려해야 하며, 단순히 연차휴가를 사용함으로써 남은 근로자들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는 일반적 가능성만으로는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어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이 인정되지 않는다(서울고등법원 2019.04.04. 선고 2018누57171 판결)
3. 취업규칙 등에 연차휴가 신청절차를 규정할 필요성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회사가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의 판단기준이 엄격하고 난해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당일 연차를 신청하는 등 갑자기 연차를 사용하더라도 사실상 이를 막을 방법이 없어서 사용자나 다른 근로자들이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근로자에게 연차휴가 시기지정권이라는 권리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권리의 남용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사용자의 시기변경권과 적절한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으며, 그 방법은 취업규칙으로 연차휴가의 신청절차 및 승인에 대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에 휴가를 받고자 하는 자는 사전에 소속장에게 신청하여 대표이사의 승인을 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 이는 근로자의 휴가시기지정권을 박탈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사용자에게 유보된 휴가시기 변경권의 적절한 행사를 위한 규정이라고 해석하고 있으며, 이러한 규정을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연차 신청을 한 경우에는 무단결근으로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다7542 판결).
또한, 위에서 보았던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5.7.17. 선고 2021도11886 판결)도 “이 사건 규정에 따른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은 대체근로자 확보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기간이라고 노사가 상호 합의한 기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이 사건 규정이 정한 3일이라는 기간은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휴가에 관한 시기지정권을 박탈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장기간이 아니라 사용자가 시기변경권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인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취업규칙에 연차휴가 신청 및 승인절차를 명확히 규정하되, 이러한 규정이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므로 규정에 어느 정도 유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즉, 원칙적으로는 정해진 기간에 맞추어 휴가를 신청하되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신청 기간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HnB컨설팅노무법인 대표 노무사
삼성전자 DS총괄 자문노무사
한국생산성본부 전임강사(전)
엠티아카데미 전임강사
중소기업청 비즈니스 파트너 전문위원
노사발전재단 전문컨설턴트
(사)청년지식융합협회 이사
㈜굿위드연구소 자문 노무사
충청일보 ‘경제야 놀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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