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일백육 년 역사의 숨결/ 치마저고리에 감싸 안고/ 하늘처럼 평안한 천안/ 아우내 병천 물줄기 따라/ 대서양 뉴욕 허드슨 강/ 닻 내린 열셋 여인들/ 맨해튼 타임스퀘어 심장에/ 못다 핀 열여덟 순국의 꽃 심었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이라며/ 대한독립만세 외치던 아우내 함성, 나이아가라 폭포 소리 뒤덮고/ 이민의 버거운 삶에 찌든 어둠 내려앉은 한인타운에 / 영원한 겨레의 별빛/ 미소로 위로와 용기 주는 충청의 뜨거운 밤이여/
뉴욕 한인회 지인식 목사님이 우리를 만난 지 하루 만에 시를 지어 건네주며 낭송을 권하셨다. 즉석에서 낭송하는데 울컥하여 목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 모시 적삼과 한복을 입은 여인들 열셋이 뉴욕에 나타나자 많은 사람의 눈길이 끌렸다. 일단은 성공이다.
울긋불긋 꼿꼿하게 다려 입은 모시 적삼, 치마저고리를 입고,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 위해 페리호를 타자, 과테말라에서 온 여인도, 프랑스에서 온 노부부도 카메라를 들이대며 ‘뷰티플, 원더풀’을 외쳤다. 일행 모두는 그들의 관심에 만족한 듯했다. 태극기가 연상되는 파란색 치마에 붉은 저고리를 입고 간 필자는 평생 처음으로 같은 옷을 일주일간 입었다. 모시옷은 특성상 땀이 배지 않아서 종일 다녀서 구겨진 옷을 저녁때 다려 놓기만 하면, 다음날 새 옷 같아서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입고 워싱턴도 가고, 미술관도 갔다.
메트로폴리탄 입구에서는 한복을 입은 우리를 보자 아코디언 악사가 바로 아리랑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너울너울 춤을 추면서 거리의 악사에게 답했다. 모마 미술관 몬드리안 그림 앞에 서니 파랑과 빨강의 직사각형이 한복의 색과 완전 일치가 되자 어떤 외국인이 사진을 찍어 보겠다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한복의 색이 예술적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했다. 고흐의 별헤는 밤 앞에서도 사진을 청하는 외국인들이 몇몇 있었다.
우리 일행은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뉴욕 한인회에서 제공해 준 15인승 버스를 타고 일정을 시작하여 일정 내내 따뜻한 안내를 받았다. 이렇듯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신 한인회 회장님과 뉴욕 충청인회 회장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8월 15일, 뉴욕 한인회에서 광복 80주년 행사를 마치고, 맨해튼 타임스퀘어 광장으로 행했다. 금요일 오후 타임스퀘어 광장은 한낮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웠다. 저녁 8시 우리는 목을 빼고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충청남도 방문의 해를 홍보하기 위한 영상에 무궁화가, 태극기가, 유관순 열사가 나타나자 누군가가 ‘대한 독립 만세’를 선창했다. 따라하는데 정확한 발음이 나지 않아 웅얼웅얼했다.
미국 땅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본 태극기는 눈물이었다. 옆 사람의 눈물을 보고 또 울었다.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서둘러 타임스퀘어 광장을 떠나 공항으로 향했다. 귀국하는 비행기에 올라타기 전까지, 그리고 긴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도 가슴속은 뜨거웠다. 천안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도 쉬이 잠이 들지 않았다. 지인식 목사님이 써 준 시를 다시 읽으며, 짧은 기간이지만 거침없이 한복을 입고 활보했던 뉴욕의 거리가 떠올랐고, 교포들의 따뜻한 눈길이 떠올랐다. 다시 눈물이 복받친다. 기쁨이고 환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