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과학교사 연수 총괄 황인옥 율량중 교사

▲ 직지과학사랑 과학교육연구회가 주관한 몽골 연수회를 마치고 황인옥 청주율량중 교사(왼쪽 여섯 번째) 등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직지과학사랑 과학교육연구회가 주관한 몽골 연수회를 마치고 황인옥 청주율량중 교사(왼쪽 여섯 번째) 등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몽골 연수회를 총괄한 황인옥 교사(가운데).
▲ 몽골 연수회를 총괄한 황인옥 교사(가운데).

 

“말이 달라도 마음은 통했습니다. 실험은 그 마음을 잇는 언어였고요.”

몽골 셀렝그 아이막 주엉카라아 4번학교에서 열린 과학교사 연수를 이끈 황인옥 교사(율량중학교)는 마지막 날의 풍경을 떠올리며 그날의 기억을 꺼냈다.

직지과학사랑 과학교육연구회가 주관한 이번 연수는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았다. 2019년 울란바토르에서의 첫걸음을 시작으로 매해 과학교육을 매개로 한 국제적 연대와 협력의 깊이를 꾸준히 쌓아왔다.

실험이 만든 공감… 교사들의 신뢰는 언어를 초월했다

몽골 전역에서 모인 초·중·고 교사 60여 명이 이번 연수에 참여했다. 실험 중심의 프로그램은 △과학의 본성 △pH 실험 △효소 작용 △중력가속도 측정 등으로 구성돼 이론과 실습을 아우르며 현장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수업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황인옥 교사는 “이번 연수는 전달보다는 ‘함께 배우는’ 과정에 가깝다”라며 연수의 취지를 설명했다.

“연수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사실 저희도 그 과정을 통해 다시 배우고 성장합니다. 전달자가 되기 위해 다시 공부하고 교재를 만들고 키트를 준비하죠. 결국 연수는 서로가 서로를 키우는 상호작용의 장입니다.”

“실험 하나로 통한다는 걸, 우리는 매번 증명합니다”

언어 장벽은 문제 되지 않았다. 교재는 연수 전 미리 번역돼 현지 강사에게 전달되고 연수팀이 몽골에 도착하면 강사와 통역자가 함께 실험을 반복하며 수업을 준비한다.

“실험 도구를 손에 쥐는 순간 말은 더는 필요하지 않아요. 눈빛과 손짓만으로도 수업이 만들어지죠. 그들이 준비한 수업을 지켜보며 그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느껴집니다.”

특히 황 교사는 연수 마지막 날 몽골 교사들이 준비한 ‘몽골의 과학’ 수업을 잊지 못한다. 유제품을 주제로 자국의 문화를 접목한 수업을 선보인 교사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우리가 그 수업의 학생이 되어 듣는 그 시간은 단순한 교류를 넘어 진짜 교육의 교감이 일어나는 순간이었어요.”

‘자비로 짐을 싸는 교사들’… 그들을 움직이는 건 연대의 힘

이번 연수는 19명의 교사가 지난 4월부터 준비했다. 교재 개발, 아이디어 회의, 실험 키트 구성 등 모든 과정은 각자의 시간을 쪼개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보상은 없습니다. 각자 주머니를 털고 시간을 내고 정성을 쏟습니다. 그저 이 일에 가치를 느끼기 때문에 가능한 여정이죠.”

황인옥 교사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사실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적인 부분입니다. 모든 연수가 전적으로 자비로 운영되다 보니 더 많은 교사의 참여를 끌어내기엔 한계가 분명하죠. 그런데도 연수 공지가 뜨기 무섭게 신청이 쇄도하고, 먼 오지에서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교사들이 있다는 사실은 이 연수가 지닌 가치와 감동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해, 마음이 닿는 과학을 준비합니다”

연수는 매해 새로운 주제를 다룬다. 과학의 본성,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환경 등 여섯 개 영역을 바탕으로 구성하며 현지 교사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확장에 대한 바람도 있다.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다양한 교사를 만나고 싶다는 염원이지만 현실적인 여건은 녹록지 않다.

연수를 함께한 동료들에 관해 묻자 “‘함께 한다’는 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들이고 그들과 이 길을 걷고 있다”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우다이모니아(행복)’처럼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누군가의 길이 되는 것, 그 자체를 기쁨으로 여기는 교사들”이라고 말했다.

황 교사는 이 감정이 신앙처럼 단단하다고 말한다.

“연수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몽골이 그리워 아플 지경입니다. 그 안에 진짜 사랑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죠.”

직지과학사랑연구회의 국제 연수는 단순한 해외 봉사를 넘어 과학교육의 보편성과 실천 가능성을 과학교육을 통해 증명한 교육 협력의 모범 사례다. 그리고 그 중심엔 매해 짐을 싸는 이들, 황인옥 교사와 같은 ‘길을 여는 교사들’이 있다. /김재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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