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
생물은 천지의 기운을 받아 삶을 영위한다. 종마다 수명은 다르지만 모두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 인간의 건강과 수명은 부모의 정혈과 후천적 섭생으로 결정되므로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생로병사는 기운의 성쇠와 밀접하므로 어느 정도 일반화할 수 있다. 기운의 변화는 10의 수로 나타난다.
‘동의보감’은 기운의 성쇠에 따른 일반적인 생로병사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사람은 10세가 되어야 오장이 자리 잡기 시작하고 혈기가 비로소 통하게 된다. 진기(眞氣)가 아래에 있기 때문에 달리기를 좋아한다. 20세에 비로소 혈기가 성해지고 근육이 한창 자라기 때문에 빨리 걷기를 좋아한다. 30세에는 오장이 크게 안정되고 근육이 굳세며 혈맥이 충만해지므로 걷기를 좋아한다. 40세에는 오장육부와 십이경맥이 모두 성하여 고르게 되고 주리가 성글어지기 시작하며 윤기가 사라지고 머리털이 희끗희끗해진다. 기혈이 고루 성하여 요동하지 않기에 앉기를 좋아한다.
50세에는 간기가 쇠하기 시작하여 간엽이 얇아지며 담즙이 줄어들기 때문에 눈이 어두워진다. 60세에는 심기가 쇠하기 시작하여 자주 슬퍼하고 혈기가 흐트러지므로 눕기를 좋아한다. 70세에는 비기가 허하기 때문에 피부가 마른다. 80세에는 폐기가 쇠하여 백(魄)이 떠나므로 말할 때 실수를 자주한다. 90세에는 신기(腎氣)가 말라붙어 사장(四臟)의 경맥이 텅 비게 된다. 100세에는 오장이 비어 신기가 떠나가고 뼈만 남아 죽게 된다.
인간의 최대 수명은 120세다’ 덧붙여 ‘40세가 되면 음기가 저절로 반으로 줄어들어 일상생활에서의 기력이 쇠하게 된다. 50세가 되면 몸이 무겁고 눈과 귀가 어두워진다. 60세가 되면 음경에 힘이 없고 기가 크게 쇠하며 구규(九竅)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하허상실(下虛上實)하여 눈물 콧물이 모두 나온다’라고 했다.
10세가 되기 전에는 항상 분주하며 오장육부가 온전치 못하여 섭생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0대에는 기혈이 자라나나 아직 완전치 않으므로 섭생과 더불어 놀이와 스포츠 등으로 기운을 발산해야 한다. 신체 활동을 억압하면 정신병에 이환하기 쉽다. 신체 단련은 30대까지가 적당하며 50대에 이르면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므로 신체 단련의 강도를 대폭 줄여야 한다. 50대 이후에 무리하면 건강과 수명을 잃게 된다.
상기 일반론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부모의 정혈도 중요하나 섭생이 더욱 중요하다. 고구려 장수왕은 98세의 장수를 누려 재위 기간만 78년에 달하나 그의 아들 조다는 부친보다 일찍 사망하여 왕위에 오르지 못했다. 로마의 초대 황제 옥타비아누스는 허약한 체질로 태어나 무수한 병치레로 고생했지만 섭생을 잘하여 격무에도 불구하고 78세까지 살았고 재위 기간만 41년에 달한다. 애플 왕국을 세운 스티브 잡스는 잘못된 섭생으로 57세 이른 나이에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조차 섭생을 통해 발현 여부가 조절된다. 허약한 부모의 정혈을 물려받았어도 섭생에 유의하면 평균 이상의 삶을 영위할 수 있고, 건장한 부모의 정혈을 타고났어도 평균 이하의 삶을 살 수 있다. 조선을 대표하는 청백리 송흠 선생은 평생 절제하며 살았고 조정의 부름에 언제라도 견마지로를 다했으나 89세로 장수했다. 조선의 선비들이 매 순간 천하의 안녕과 백성의 삶을 걱정하는 성인의 마음으로 살았으나 건강하게 오래 산 것은 매사에 절제하며 섭생을 잘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