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한현우 보건학 박사ㆍ전 이화여자대학교 외래교수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은 금융,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이제 AI는 우리의 식탁 안전을 책임지는 식품 위생관리 영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매일 섭취하는 음식은 단순한 생활 편의가 아니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식중독 사고는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 전체에 불안을 조성하고, 기업에는 신뢰 상실과 경제적 손실을 안긴다.
2020년부터 2024년 5년 동안 국내 식중독 발생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설별로 보면 음식점이 전체 발생건수의 56%를 차지했고, 학교와 집단급식소가 뒤를 이어 발생했다. 원인 병원체는 노로바이러스 29%, 살모넬라 25%, 병원성 대장균 14% 순이었다. 다중이용시설과 집단급식소에서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만큼, 취약시설에 대한 선제적 관리가 절실하다.
기존의 식품 위생 점검은 대부분 정기적인 현장 방문과 서류 확인에 의존한다. 이는 시간과 인력 소모가 크고, 점검 시점에만 위생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불시에 발생하는 위생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AI가 만드는 실시간 위생관리 시스템은 이러한 기존 관리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다. AI 기반의 음식점 위생관리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AI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이다. 주방에 설치된 AI 카메라가 식자재 보관 상태, 조리 과정, 조리사의 위생 수칙 준수 여부 등을 24시간 감시한다. 예를 들어, AI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발견하거나, 조리사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음식을 만들고 있거나, 교차 오염이 발생할 수 있는 부적절한 동선으로 움직이는 것을 즉각적으로 감지하고 관리자에게 경고를 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눈에 띄지 않던 위생 사각지대를 제거하고, 위생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둘째, 데이터 기반의 예측 및 분석이다. AI는 과거의 식중독 발생 데이터, 계절별 기온 및 습도 변화, 음식점의 메뉴 및 재료 사용 패턴 등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특정 음식점에서 식중독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더운 여름철 특정 식자재를 사용하는 음식점의 위생 상태를 더욱 철저히 점검하도록 권고하거나, 위생관리가 취약한 요소를 미리 파악하여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 모델은 점검 인력의 효율적인 배치를 가능하게 하여, 한정된 자원으로 더 큰 효과를 창출할 수 있게 돕는다.
셋째, 챗봇 및 음성 AI를 활용한 위생 교육이다. AI 챗봇은 음식점 종사자에게 위생 수칙에 대한 궁금증을 실시간으로 답변해주고, 상황별 위생관리 방법을 안내해주는 맞춤형 교육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종사자들이 위생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하고, 스스로 위생 관리를 생활화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AI 도입은 신뢰와 안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AI 기반의 위생관리 시스템은 단순히 위생 상태를 감시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여 신뢰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실시간으로 위생 점수를 공개하거나, 위생 관련 데이터를 시각화하여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식당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음식점에게도 이점을 제공한다. 위생관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음식점은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고, 이는 곧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AI가 위생관리의 부담을 덜어주면, 음식점은 본질적인 서비스와 맛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물론 AI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기술적 오류나 데이터의 한계,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의 의지와 책임감이 중요하다.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효과적으로 위생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도구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식품 위생관리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몇몇 스타트업들은 AI 기술을 활용한 주방 모니터링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으며, 데이터 기반의 예측 모델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AI를 활용하여 식품 위생 관리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모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식문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AI는 깐깐한 식품위생관리의 새로운 파수꾼이 되어, 우리 식탁의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