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지난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300여 명 대규모 이민 단속 뉴스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특히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성과로 경제 협력과 미국 현지 투자가 주요 내용이었기에 충격이 더했다.
한국 언론들은 그 원인을 한국인들이 적절한 취업 허가 없이, 허용되지 않는 관광비자(ESTA)나 상용비자(B-1)를 소지하고 일했던 것 때문이라 보도하였고, 일부 보도에서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사례도 있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급습’, ‘쇠사슬 연행’, ‘제 발등 찍은 미국’ 등의 표현이나 ‘관세 협상을 염두에 둔 트럼프의 노림수’ 정도로 보도해 반미(反美) 정서와 함께 국민 공분마저 일었다. 일부 미국 언론을 인용하면서는 이번 사태가 ‘영장을 기반한 수개월간 수사’를 전제했다는 등의 보도도 있었다. 국내 뉴스만을 듣고 있으면, 이번 체포·구금은 당연하며,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과 관련 업체들의 관행적인 불법 행위가 드러난 듯했다. 체포된 근로자만 불쌍한 희생양이었다.
그러나 미국 언론 보도와 다른 결이 분명히 있었다. ‘abc’,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등에 따르면 수갑, 쇠사슬 등 강제 연행의 이유는 현장에서 사법 방해 정황은 물론 도주(逃走) 등의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라 하였다. 또한, 한국 언론이 B-1 비자에 대해 ‘근로=전면금지’라고 보도한 것과 달리, 미국 국무부 규정자료를 인용하며 B-1 비자 역시 제한적 업무가 가능한 점을 보도하며 단순 비자 문제로 치부한 한국 언론과는 차이가 있었다.
특히, 가디언(The Guardian), CBS, 로이터(Reuters), AP통신,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 등의 보도에서는 이민세관단속국(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의 유출된 내부 문건에서 체포된 사람 중 합법적 체류자도 포함되었다는 점, 단순히 관세 협상이 아닌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 시 현장 안전, 임금, 관행적인 불법 고용 구조 등을 염두에 두었다는 분석은 한국 언론 보도와 결이 달랐다.
또한 일부 한국 언론 보도와 달리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닌 이번 ‘현대·LG조지아배터리 프로젝트’와 같은 미국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법 고용 관행을 단속하는 강경한 현장 기반 수사, EV 공급망에 대한 미국 경제 정책의 일환이라고 보도한 점이 달랐다. 단속 타겟이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의 불법적인 ‘노동 현장’과 ‘고용 시스템’으로 보도한 것은 한국 언론의 단순한 ‘반미 감정’ 자극성 보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대부분 한국 언론은 대한민국 정부 ‘외교부’ 정보에 의존했다. 사태 이후 줄곧 이어진 외교부의 언론 브리핑 자료는 미국 현지 보도와는 사뭇 달랐다. 외교부의 언론 브리핑에서는 조현 외교부 장관과 외교부의 노력이나 ‘최근 한·미 정상 간 형성된 깊은 유대감으로 사태가 잘 마무리되고 있다’라는 식의 대통령과 현 정부의 공로(功勞)를 강조하는 듯한 표현 일색이었다.
외교란 한 국가가 다른 행위자들과 관계를 맺고 관리하는 행위로, 평화로운 국제 질서 유지를 위함뿐만 아니라, 대표 간 의사소통이나 협상 등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이에 대한민국 외교부는 외교 정책을 수립 및 조정하고, 대사관과 공관을 통해 해외에서 국가를 대표하며, 조약과 국제 협정을 협상하고, 외교 및 영사 업무(국민 보호 포함)를 관리하며, 정부 수반과 기타 부처를 지원하기 위해 분석 및 위기 대응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
수개월간 준비된 이번 체포 사태에서 과연 외교부가 우리 국민을 제대로 보호했는지, 비자, 고용 등의 조약과 협정을 제대로 사전 협상했는지, 이 모든 정책을 제대로 수립·조정했는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제대로 대표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그저 대통령과 장관, 그리고 자신들 외교부 부처 안위만을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꼭 반성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