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증원과 12·3 비상계엄 사건을 다룰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놓고 사법부의 반발에 대해 대통령실이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대해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15일 서울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4일 SNS 글을 통해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공개 요구한 데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입장은 없다"면서도 이같이 답했다.

강 대변인은 "국회는 숙고와 논의를 통해 헌법 정신과 국민의 뜻을 반영한다"면서 "(국회는) 가장 우선시되는 국민의 선출 권력"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선출된 권력'인 국회쪽에서 대법원장 사퇴 요구가 나왔다면 '임명된 권력'인 사법부는 수용할 자세를 자문해봐야 한다는 취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권력은 국민·국민주권, 그리고 직접선출 권력, 간접선출 권력"이라며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위헌(헌법 위반)'을 얘기하던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라고 반문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 대통령이 권력서열 존재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전날(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권력에도 서열이 있다며 직접 선출된 국회가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대한민국을 다수결 독재로 끌고 가겠다는 위험한 고백"이라며 "노골적 더불어공산당 선언"이라고 직격한 바 있다.

또 송언선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앞서 13일 SNS를 통해 이 대통령의 '권력서열' 발언에 대해 "권력의 서열을 운운하는 폭력적인 발상도 문제지만, 동등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리를 전면 부정하는 발상"이라며 "대통령, 국회 등 선출된 권력이 사법부를 통제한다는 발상은 결국 '당이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소비에트식 전체주의 논리와 매우 닮아있다"며 이 대통령을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이러한 야당의 강한 반발에 대한 입장 표명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강 대변인은 조 법원장 사퇴 요구 자체에 대통령실이 공감을 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재차 브리핑을 열어 자신의 발언 취지에 대해 "이 사안(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것은 오독이고 오보"라며 "발언의 앞뒤 맥락을 배제하고 한 부분만 떼어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앞선 브리핑의 속기록을 보더라도 제 답변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구체적 입장은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고, '원칙적 공감'이라고 얘기한 것은 선출 권력의 의사를 임명 권력이 돌이켜보자는 취지의 얘기였다"고 해명했다.

/서울=이득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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