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예술의전당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창작뮤지컬 청주’가 오는 26일부터 사흘간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지역의 역사와 정서를 무대 위로 풀어낸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고, 특히 이번 작품이 청주 지역 최초의 제작형 뮤지컬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지역 문화계의 이정표가 될 만하다.
결혼 30주년을 맞은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청주의 상징적 장소들을 배경 삼아 전개되는 서사는 청주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정체성과 서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철당간, 플라타너스길, 성안길 등 익숙한 공간들이 극 속에 녹아들며 시민들에게는 특별한 공감과 자부심을, 외부 관객들에게는 도시의 매력을 새롭게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처럼 지역성과 예술성이 조화를 이루는 무대는 지방 공연예술계에 흔치 않은 성취다.
그러나 이처럼 높은 완성도와 기대감을 안고 출발하는 작품이 단 3회 공연으로 끝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향후 재공연이나 외부 확산 계획 없이 단발성 행사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창작예술 생태계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수개월에 걸쳐 창작진과 출연진이 공들인 결과물이 단 며칠 만에 막을 내리고 사라진다면, 이는 자원과 역량의 낭비일 뿐 아니라 지역문화 진흥의 지속가능성에도 부정적이다.
지방문화예술의 경쟁력은 단순한 이벤트성 사업이 아닌, 축적과 확산을 통한 ‘브랜드 콘텐츠’화에서 나온다. ‘창작뮤지컬 청주’가 지역의 대표 콘텐츠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새로운 시리즈로 이어지거나, 정기 공연 혹은 전국 순회공연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와 예술기관의 장기적 기획과 지원이 필요하다.
또 이번 공연을 통해 확보한 무대기술, 창작 음악, 무대미술 등의 자산이 사장되지 않도록 공연 후 사후 보완과 기록·아카이빙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만이 지역의 창작예술이 '한 편의 공연'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청주예술의전당이 지난 30년간 지역 문화예술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 창작뮤지컬을 일회성 기획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청주’라는 도시명을 단 뮤지컬이 해마다 새로운 감동으로 되살아나며 청주의 문화 브랜드가 되기를, 그리고 지역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