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최선만 농협충북본부 단장

폭염과 폭우가 농촌 들녘을 힘들게 하던 지난 8월 13일. 농협은 창립 64주년 행사에 발맞춰‘농심천심(農心天心)’을 캐치프레이즈로 범국민적인 농업·농촌 운동 발대식을 가졌다.

농심천심이란‘농부의 마음이 하늘의 뜻’이란 의미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의 마음을 이해하고 중요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왜 지금 농심천심을 부르짖는 것일까? 그 이유는 첫째, 농업농촌의 가치에 대한 대국민 인식의 저하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도 건강한 삶을 추구하고 있고,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러면 당연히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이 많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우리는 농업농촌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이 낮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에서 농·축산물의 70% 이상을 수입산으로 먹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농산물 중 한품목이라도 가격이 오르면 민생물가에 악영향을 주는 원흉으로 낙인하고 있다.

둘째는 이상기후 증가와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는 ‘어쩌다’가 아닌 ‘일상적’인 상황이 되었다. 필자가 사는 곳 청주가 그 간 다른 지역에 비해 재해가 적은 지역이고 그래서 살기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3년간 매해마다 폭우, 가뭄, 일조량 부족, 우박, 폭설 등 예측할 수 없는 재해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전쟁과 분쟁 등 국세정세 불안으로 수입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것에는 아무런 느낌없이 수긍하면서도 정작 식량안보가 가장 중요한 나라, 세계유일 분단국이 우리나라임을 망각하는 경우는 많은 것 같다.

세 번째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지역소멸이다. 수년째 정부와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하고 있지만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지역소멸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획기적인 정책이나 특별한 여건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농촌지역에 남아있는 것은 요양원과 장례식장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고 성토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에 따라 농협은 농심천심 국민운동을 통해 농업·농촌에 대한 소중함을 널리 알려 다시금 국민적 관심과 공감대를 높이는 한편, AI시대를 맞아 농업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추진하여 농업가치를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역소멸에 대응해 삶터·일터·쉼터를 테마로 농촌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사업을 본격 전개한다. 세부적인 사업을 보면 농촌체험활성화, 도시농부 등 안정적 영농인력공급, 보급형 스마트팜 및 영농형 태양광 확산, 농촌여행 발굴, 농촌경관가꾸기, 청년농업인에 대한 영농정착 지원 등이 있다.

새로운 사업도 있지만 관련기관과 농협 등이 그 간에 추진한 농정시책을 농심천심이라는 큰 틀 속에 체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국민적·사회적 관심과 공감대를 높여가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1990년대 신토불이 국민운동으로 국민적 관심과 호응을 얻었던 것처럼 말이다.

인디언 속담에 ‘너무 빨리 달리지 마라. 너의 영혼이 뒤처질 수 있으니’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그 간 산업화를 위해 거침없이 달려왔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는 동안 인간의 삶에 근간인 ‘영혼’같은 농업은 지금 어디에 와 있을까? 농심천심 운동은 ‘영원불변한 인류의 생명창고’인 농업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간절함이 베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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