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통합형 프로그램, 지역 돌봄 패러다임 제시
생활권 연계·민관 협력, 타 지자체로 확산 가능성
가족 부담 완화와 인식 개선까지 포괄
아이들이 책을 읽어주고 노인들이 미소로 응답하는 순간은 세대 간 따뜻한 소통을 보여주는 동시에, 치매 극복의 새로운 해법으로 다가오는 장면이었다.
대전시 대덕구가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민간단체와 함께 만든 이 모델은 '2025 치매극복의 날'에서 민관협력 우수사례 부문 수상으로 평가받았다.
구는 '그림책아 놀자'와 '엠아트 플라이'를 치매극복선도단체로 지정했다. 그림책 봉사단은 아이들의 낭독과 놀이를 통해 노인의 기억을 자극하고 정서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냈다.
'엠아트 플라이'는 무용·음악·미술을 융합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치매 환자의 집중력과 감각을 되살리는 데 기여했다. 두 단체 모두 생활권 거점 기관과 연계해 접근성을 높였고, 모든 구성원이 치매 파트너 교육을 이수하며 지역 전반의 인식을 바꾸는 데 앞장섰다.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 지자체들은 치매안심센터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대덕구는 민간 자원을 결합해 프로그램의 질적 혁신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특히 세대 통합형 프로그램은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시도로, 일본과 북유럽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인 '세대 융합 돌봄 모델'과 맥을 같이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도가 도시 단위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전국적 확산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대덕구는 환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넘어 가족과 돌봄 제공자에게도 눈을 돌렸다. 상담과 정보 제공을 강화해 돌봄 부담을 줄이고, 예방부터 초기·중기 관리까지 이어지는 연속성을 확보하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는 단기 중심의 기존 지자체 사업에서 한 단계 도약한 접근이다.
이번 수상은 한 구의 성과에 머물지 않고,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치매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재검토하게 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최충규 대덕구청장은 "민관이 손잡고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더 많은 주민이 치매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대덕구가 수상에 그치지 않고, 지역 맞춤형 돌봄 정책의 선도 모델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