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서의근 유성선병원 소화기센터 전문의

현대 사회에서 건강은 아프지 않은 상태를 넘어서,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자산으로 인식된다. 웰빙과 질병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평균 수명이 늘어난 덕분이기도 하지만, 생활환경의 변화와 고령화, 불규칙한 식습관이 각종 질환의 위험을 더욱 가까이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위암은 한국인에게 특히 낯설지 않은 단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률과 사망률 모두 높은 질환으로 꼽히며, 여전히 국민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암의 대표주자다. 문제는 위암이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소화불량이나 속쓰림 같은 흔한 증상으로 착각하기 쉽고, 결국 정기 검진 없이는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기를 놓치지 않고 조기 검진을 받는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내시경 절제술과 같은 간단한 시술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고, 5년 생존율이 80~90%에 이른다. 반대로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광범위한 위 절제술과 항암치료가 불가피하며, 환자의 신체적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생존율은 30% 이하로 떨어진다. 검진을 미루는 사소한 선택이 결국 생명과 직결되는 이유다.

9월 7일 '위암 조기검진의 날'은 바로 이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제정됐다.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생활 속에서 건강한 습관을 실천하자는 취지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원인 모를 체중 감소, 흑색변, 복부 불편감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증상을 방치하는 순간, 치료 기회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항암 효과가 있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는 한편, 가공육이나 고염 식품, 불에 태운 음식은 줄여야 한다. 술과 담배는 대표적인 발암 요인으로 피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또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치료하는 것이 위암 예방의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40세 이상은 매년, 20~30대는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검사를 권장한다. "아직 젊으니 괜찮다"는 생각은 위험한 착각이다. 위암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오늘 검진을 받는 작은 실천이 내일의 삶을 바꾸고, 가족에게도 안심을 안겨준다.

위암은 무섭지만 동시에 조기 발견만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가볍고, 예방보다 더 확실한 것은 정기 검진이다.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해진 주기의 검진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건강한 내일을 위한 가장 든든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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