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흑산면 진리 산 36-9, 상라산 전망대 아래에는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있다.
1960년대 가수 이미자의 애절한 음색에 실려 전파된 노래는 전 국민 심금을 울린 가요로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했다.
흑산도 아가씨는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가수가 부른 노래로 가요 콤비 세 사람을 하나로 묶는 서곡이 된 것이다.
정두수 선생의 한 저서에서"가요는 시대상과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며"더 중요한 건 일반인의 정서와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정한(情恨)에서 노래를 찾아야 한다"라고 썼다.
흑산도 아가씨의 모티브는 1965년 봄 한 석간신문에 실린 '흑산도 어린이들과 청와대 육영수 여사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불후의 명가요가 탄생하게 된다.
흑산도 어린이들은 방학을 이용해서 서울로 수학여행을 오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거센 풍랑이 이들을 가로막았다.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은 영부인이 해군본부에 부탁해서 소원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가요에서 어린이 대신에 아가씨로 해서 가사를 썼다.
또, 흑산도는 역사적으로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의 한스러운 귀양살이 터가 돼 많은 세월을 바닷가에서 보냈는데, 전남 강진으로 유배된 동생 정약용도 형님을 향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그려 가요 2절에 담았다는 것이다.
최근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에 세워진 한 노래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불법 설치 논란 속 '간월도 사랑 노래비'가 이번에는 명의도용 의혹에 휘말리며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간월도 사랑 가요제 위원회'는 지난 4일 서산시 공공 조형물 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된 조형물을 열흘 뒤인 16일 간월도 어리굴젓 탑 인근 시유지에 설치했다.
조형물에는 노래 가사와 추진 위원회 관계자, 지역 인사들의 이름이 새겨졌으나 일부는 본인의 동의조차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무단 등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문으로 등재된 한 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래비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고, 제 이름이 들어간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인사 역시 "불법 설치 자체가 문제인데, 불법 조형물에 이름까지 무단 사용됐다면 즉각 철거하지 않으면 사법당국 고발도 검토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주민은 "위원회가 위원장 개인 홍보를 위해 조형물 불법 설치에 중량급 인사들의 이름까지 무단 도용한 최고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대다수 시민은 잘 알지 못하는 인사의 노래 조형물을 대표 관광지에 세우는 것은 공공성을 해치는 행위"라며 "위원 만장일치로 부결된 사안을 무슨 배짱으로 세웠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한 주민은 "사비로 조형물을 세웠다고 해도 과시 목적이라면 공공 부지가 아닌 개인 공간에 설치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시는 현재 원상 복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검토가 아닌 즉각 철거가 원칙"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불법 설치를 넘어 명의도용과 공공성 훼손 문제로 비화, 행정청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송윤종 서산주재 부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