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공원에 울려 퍼진 문중 행렬의 울림
시민이 직접 주인이 된 참여형 축제
문화·경제·예술이 어우러진 상생 무대
전통과 현재가 만난 거대한 장터
만성산 자락 뿌리공원이 살아 움직였다. 16회 대전효문화뿌리축제가 열리자, 110개 문중 4000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행렬이 공원을 가득 메웠다.
육군 군악대의 힘찬 연주로 막을 올린 '문중퍼레이드'는 행사의 틀을 벗어나, 각 성씨의 역사를 되살리고 '효'와 '뿌리'의 가치를 다시 일깨우는 장대한 서사였다.
올해 축제는 관람객이 구경만 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주민과 소상공인, 예술인들이 직접 무대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지역화폐 '중구통'을 주요 결제 수단으로 도입해 지역 상권을 살리고, 함께 성장하는 축제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문화체육관광부 예비 축제로 선정된 배경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했다.
개막식과 함께 열린 '중구 명문가 선정식'은 또 다른 감동을 더했다. 40여 년 동안 나눔과 봉사에 헌신해온 '제일화방' 김영기 가문이 제2대 명문가로 이름을 올리며,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온 전통의 무게를 보여줬다.
무대는 다채로웠다. 소리꾼 장사익의 깊은 울림, 중구 출신 트로트 신동 김태웅 군과 가수 김희재, 감성 발라더 조째즈의 무대는 시민들의 환호로 이어졌다. 여기에 40여 개 지역 예술인이 참여한 '프린지 무대'와 '수변무대'는 지역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축제가 공연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새로운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전통 민속의 재현도 빛났다. 지난 2024년 대통령상을 수상한 '버드내보싸움놀이'와 '부사칠석놀이', '문창동 엿장수 놀이'가 무대에 오르며, 대전 중구만의 정체성을 시민들에게 각인시켰다. 극단 우금치의 마당극 '청아청아 내딸청아', 전통한복 프리스타일 모델 선발대회, 전국시조창대회, 문중시화전 등은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넓혔다.
효문화 뿌리축제는 이제 한 지역에 국한된 행사가 아니다.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며 세대의 거리를 좁히고, 지역경제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뿌리공원에서 열린 이번 축제는 대전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의 상징이었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