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값 60% 폭등…충북 전통시장·떡집 송편 가격 줄줄이 인상

추석을 앞두고 충북지역 전통 떡집들이 송편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 쌀값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코로나19 이후 명절 특수마저 사라지면서 자영업자들은 ‘대목 실종’ 속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29일 지역 유통업계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추석을 앞둔 지난 26일 기준 찹쌀 평균 소매가격은 1kg당 6412원으로, 지난해보다 61.1% 급등했다. 멥쌀 가격도 20kg 기준 6만6061원으로 작년보다 29.6% 올랐다.

청주 육거리시장 인근에서 30년째 떡집을 운영 중인 A씨는 “작년만 해도 찹쌀 한 가마(80kg)를 24만원 선에 구매했는데 올해는 40만 원을 훌쩍 넘는다”며 “찹쌀 인절미는 물론이고 멥쌀로 만드는 송편·백설기까지 전반적인 재료비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료값이 폭등했지만 떡 가격에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A씨는 “500원만 올려도 손님들이 ‘비싸졌다’고 체감하기 때문에 인상 폭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며 “송편 가격만 20%쯤 조정했고, 나머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청주 가경터미널시장에서는 송편 500g 기준 8000~9000원 선의 판매가 형성됐으며 일부 떡집은 이번 추석 이후 가격을 전면 재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떡집 사장들은 쌀값 못지않게 ‘명절 수요 감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엔 대가족이 차례용 떡을 한 말(약 10kg), 두 말씩 구매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차례를 지내는 가정이 줄고 소량 구매가 일반화됐다는 것이다.

흥덕구 복대동의 한 떡집 주인은 “예전 같으면 추석 전 일주일이 대목이었지만, 요즘은 하루하루 손님이 들쑥날쑥하다”며 “식혜도 엿기름 가격이 올라 500원 인상했지만, 눈치 보며 장사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쌀값 급락을 방지하기 위해 26만t 규모의 시장격리를 단행했으나, 이로 인해 올해 산지 재고 부족 현상이 이어졌고, 8월 집중호우로 조생종 수확도 늦어져 쌀값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역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떡이 이렇게 비쌌나 싶다”는 반응이 나온다. 청주 상당구의 한 주부는 “송편 1kg에 만원이 넘는 걸 보고 놀랐다”며 “명절 준비 물가가 다 올라 한숨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산지 쌀 공급과 시장 모니터링을 확대하고 있지만, 업계는 “올해 추석이 늦은 탓에 조생종 재배를 줄여 공급 여건이 타이트하다”며 “당분간 가격 안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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