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있다지만 18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국정감사는 기대만큼이나 실망이 컸다. 실제 지난 달 말부터 대전을 찾은 국감위원들은 소관위원회를 막론하고 구태의연한 모습을 재현하기에 바빴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기관으로 알려진 중소기업청과 수자원공사는 물론 철도공사, 충남경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는 무성의와 편가르기 일색으로 종료됐다.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수자원공사 국감장에서 의원들은 물 값 인상과 수질관리대책 등 서민의 관심사와는 다소 거리가 먼 4대강 공사, 경인 아라뱃길 사업 등에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했다. 이것도 모자라 여야 의원들은 '반말 시비'와 '위원장 사과 요구' 등 국감 자체와는 관련이 없는 '기싸움'으로 일관, 수차례나 정회소동을 빚기도 했다. KTX 사고로 국민불안감을 야기한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 국감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 '기싸움'으로 일관
의원들이 사전에 언론보도용으로 배포한 질의서는 무려 30%에 달하는 질문내용이 대동소이한 중첩 질문이었다. 아예 일부 의원들은 보도자료만 배포한 채 2시간 이상 자리를 비우거나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질문 순서가 오후에 잡혀있는 것을, 개인적인 이유로 오전으로 당겨 줄 것을 요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2년여 만에 국감을 받은 충남도에서는 아예 현장을 기피하는 현상마저 발생했다. 지난 5일 국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포신도시 현장시찰 일정에는 단 2명의 의원 만이 현장으로 향했는가 하면, 일부 의원은 도정 현안보다는 도지사의 정치철학과 치정에 대해 비난과 칭찬하기로 일관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마디로 '졸속 국감'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물론 의원 개개인이 국감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당장 코 앞으로 다가온 차기 총선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국감을 통해 '(매스컴에) 한 번 떠 보자'는 생각과 '아예 지역구를 챙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는 국회 본연의 역할이자 국민에 대한 의무다. 그 것을 의원들 스스로가 모를 리 없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국감장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피감기관도 답답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국감이 한창이던 충남도에는 공무원 노조가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지나친 자료 요구와 중첩질의 등 관행적인 국감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국정감사에다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그도 모자라 감사원·행안부 감사 등 줄줄이 잡혀있는 온갖 감사에 도정이 마비될 정도라는 푸념이 예사롭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감사하는 국회나 감사를 받는 피감기관이나 모두 타성에 젖기 마련이다. 똑 같은 질문에 똑 같은 대답만이 오가는 감사, 그도 모자라 여·야간 기선 싸움과 고성에 따른 정회 소동 등 파행 속에서 진정한 감사의 의미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죽했으면 시민단체로부터 '국감 무용론'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했을까.
- 의원들 자세가 가장 중요
이제부터라도 고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감에 임하는 의원들의 자세이겠지만, 그에 따른 평가 또한 중요한 대목이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국감 점수를 매기는 등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이보다 앞서 국감에서 질의됐던 내용에 대한 답변과 실천을 점검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래야만 상습적으로 남용되던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정감사를 바라보는 언론매체의 여과 없는 전달 방식에 있다. 질의 부각에만 그칠 뿐 그에 대한 답변의 진정성과 평가는 늘 용두사미가 되지 않았는지 차분히 되돌아 볼 일이다.
/장중식 대전 본부장

